"경주 지진 이후 창문이 흔들리거나 밖에서 큰 소리만 나도 또 지진이 발생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어요." 경주 9.12 대지진이 발생한지 만 1년이 됐다. 전국을 뒤흔들었던 경주 9.12 대지진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여진만도 600여회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지진 트라우마도 더욱 깊어졌다.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유리창이 흔들거리면 대형차량으로 인한 진동인데도 지진이 아닌가 싶어 놀랄정도로 경주 대지진 이후 사람들의 일상도 달라졌다.  지난해 9월12일 오후 8시32분께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규모는 5.8.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같은 날 오후 7시44분께 경주 남남서쪽 8.2㎞ 지역에서 규모 5.1의 전진이 발생한 지 48분에 이어진 대지진은 지진의 무서움을 고스란히 느끼기에 충분했다.  ■여진 604회···시민들 "안전모·비상식량 마련"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6 재해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총 6개 시·도, 17개 시·군·구에서 111명이 피해를 봤다. 경주시에서만 92억8400만원의 손실액이 나타나는 등 전국에서 110억2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불국사 다보탑, 첨성대 등 국가지정 문화재 33건과 지방지정 문화재 26건에서 균열과 기욺이 발견됐다. 황남동 등 한옥마을에서는 다수의 기와가 이탈하고 구조물이 낙하했다.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6일까지 규모 5.8의 본진으로 인한 여진은 총 604회 발생했다고 밝혔다. 규모로 보면 1.5~2.0 428회, 2.0~3.0 156회, 3.0~4.0 19회, 4.0~5.0 1회 등이다. 이중 올해 발생한 여진만 79회에 달했다.  시민들은 큰 지진동을 느낀 이후 언제 지진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미세한 움직임에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1년전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경주에 사는 직장인 윤모(32·여)씨는 "지진이 났을 때 임신 중이었다. 혹여 아이가 잘못될까 봐 너무 걱정됐다"면서 "그날의 무서움이 채 가시기 전에 집값까지 떨어져 속상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울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모(35)씨는 "컨디션이 안 좋아 어지러움을 느낄 때도 지진인지 의심이 든다"며 "조그만 진동이라도 느껴지면 겁부터 난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언제든 지진이 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안전모와 비상식량, 비상등 등 재난 가방을 싸놨다"고 말했다.  임모(58)씨는 "경주 지진이 났을 때 인천 아들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밥상이 미세하게 떨렸었다"며 "내륙 지역은 큰 지진이 없어서 안심했는데 그때 지진을 몸으로 느끼고 나니 안전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규모 5.8보다 큰 지진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한국도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역사적 자료에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있었다는 기록만 보더라도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이상의 지진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역사 문헌을 보면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보다 더 큰 지진으로 보이는 게 꽤 많이 있다"며 "경주를 비롯해 인근 지역에서 몇 년 후 또다시 큰 지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이 발간한 `한반도 역시지진 기록`을 보면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삼국사기 등 역사 문헌에 기록된 2161회의 지진 중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440차례나 있었다. 또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건물을 파괴할 수 있는 진도 8~9 지진 역시 15차례로 기록됐다. 역사문헌에 기록된 지진 가운데 가장 피해가 큰 지진은 신라 혜공왕(779년)때 3월 경주에서 발생한 진도 8~9(규모 6.7 정도)의 지진으로 가옥이 무너지고 사망자가 100여명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역사적 자료를 보면 규모 6.7~6.8 정도의 지진은 언제든지 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근거 없는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주 지진으로 갑작스럽게 많은 에너지가 밖으로 나오면서 다른 단층들을 어떤 식으로든 자극했을 것"이라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경주 양산단층 길이가 170㎞인데 지진으로 활동한 건 4~5㎞다. 나머지 부분에 쌓인 에너지가 다 방출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지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판 경계가 아닌 내부에 있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판 내부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지진이 발생하고 있고 판 경계와 다르게 언제 지진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또한 힘들다"고 우려했다. 반면 향후 수백 년 동안 경주 지진과 같은 지진이 발생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규모 7 이상의 대지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양산단층 전체가 활성단층이라고 주장하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역사지진 규모인 6~6.5의 지진은 500~1000년에 한 번씩 나타난다"며 "몇 년 사이 규모가 엄청나게 큰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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