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디고운 비원의 꽃과 아름다운 연꽃의 달빛이라, 소신은 진흙같이 취한 끝에 달은 지고 약향기(어의의 향기)가 뼈에 스며든다. 미향(美香)에 눈을 뜨니 빛나는 붉은 수달피 가죽 옷이라, 놀라 돌아보니 이 어인 일인고? 성주(聖主·세종)께서 손수 벗어서 소신이 취해 누운 몸에 덮어 주셨다. 소신은 취해서 알지 못했으나, 그 은혜 흠감하여 죽을 바를 몰랐다. 맨손의 의(義)와, 칼자루의 불의가 죽고 사는 절대 절명의 시기에 주저 없이 불의에 저항한 올곧은 선비의 면면을 꼽아본다. 인수(박팽년)는 경술(經術)을 좋아했다. 충청도 관찰사로 있으면서 공문에는 신(臣)이라 쓴 일이 없고, 근보(성삼문)와 같이 `전하`라 하지 않고 `나리`라 불렀다. 이것은 마음속에서 울어 나온 의분의 이름으로 토해내는 울부짖음이 이렇게 만들었다. 녹으로 받은 양식은 먹지 않고 헛간에 쌓아 뒀다. 재능을 아낀 세조의 회유를 끝내 뿌리친 의기의 남아였다. 근보(謹甫·성삼문)는 문장이 좋았다. 정음청에서 한글창제에 힘써 `훈민정음`을 반포케 하는데 일조했다. 수양대군이 김종서 등을 죽이고 집현전 학사들에게 정난공신의 등급을 내릴 때, 축하연에 불참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세조의 왕위 찬탈에 예방승지로 `국새`를 끌어안고 대성통곡했다. 아버지 승(勝)과 신지(信之·유응부)가 명나라 사신 송별연에 운검(雲劍·의장`儀仗`에 쓰던 칼)을 잡게 되어 이때 세조를 죽이고 한명회, 권람, 정인지 등을 제거하기로 했으나 운검을 그만 두게 되어 기회를 날려버렸다. 중장(仲章·하위지)은 경제사(經濟士)며 문장가로 식년문과에 장원급제하여 예조 판서에 이르렀다. 침착하고 과묵한 성격으로 세조의 측근이었으나 피 끓는 젊은이로 받은 녹은 먹지 않고 별실에 모아두었다. 백고(伯高·이개)는 재주가 많고, 시문이 청절하며 글씨를 잘 썼다. 이색의 증손으로 직제학에 이르렀다. 세조와 친교가 있어 진상을 밝히려 회유했으나, 구차하게 사는 것보다 영원히 사는 길을 택했다. 태초(太初·유성원)는 영걸한 젊은이다. 집현전학사로 세종대왕의 총애를 받아 사가독서를 했다. 단종 복위를 꾀하다 탄로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죽음으로 불의에 항의했다. 시조 한 수가 전한다. 신지(信之·유응부)는 유학에 뛰어난 절의파 학자로, 무과에 급제 기골장대하고 문무에 탁월하다. 벼슬은 동지중추원사에 이르고, 명나라 사신 송별연에 운검을 잡게 되어 성승(성삼문의 아버지)과 같이 세조의 목을 따려했으나 운검의 취소가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되었다. 시조 3수가 전한다. 소신(小臣·신숙주)도 이들과 같이 놀았는데 놀면서 무엇을 하였던고. 신중히 조심하여 서로 잊지 말자고 다짐하였다. 그리고 영원한 동료지정의(情誼)와 붕우유신을 얼마나 되 뇌이며 그 많은 날들을 보냈던가. 그렇거늘 어느 뉘라 그렇지 않다고 거절하겠는가? 나라를 바로잡을 주춧돌 같은 인물이고, 동량의 인재들인 두뇌 집단이 흉악한 사람의 손길에 걸려 몰살을 당했으니, 국운의 함몰이라 사람도 귀신도 그 동안 뭐했나 몰라! 단순히 `비운의 천재(天才)`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나라의 보배들이다. 이런 비극적 참화를 지켜본 일반 백성들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억울하게 죽어가는 지식인들의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심정은 누구나 적개심은 활화산같이 불탔을 것이다. 세종도 이미 신하를 떠났고, 문종도 또한 하늘 손님이 되었다. 세종은 손자(단종)를 몹시 사랑하여 성왕(聖王)께서는 일찍 부탁 말씀이 있었다. `천추만세 후에 경들은 이 손자 잘 돌봐주기 바란다`는 분부 말씀이 귓전을 치는 데, 그러던 그 손자는 어떡하고 어디로 갔는가? 이 일은 절대로 말할 수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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