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km 정도로 가면 오르비에토라는 도시가 나온다. 이 도시는 해발 200m 바위산 위에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다. 주민 2만명 정도가 사는 오르비에토는 유럽의 대표적인 슬로시티다. 세계적으로 슬로푸드를 가장 먼저 주창한 도시로 어느 도시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형마트나 패스트푸드점을 찾을 수 없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그 도시를 찾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슬로라이프를 선보인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 도시의 땅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오르비에토에는 수백년 동안 가업으로 물려받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이 도시의 중심에는 차량이 진입하지 못한다. 대기오염과 소음공해가 없어 시민이나 여행자들의 스트레스를 상당하게 줄였다. 도시 외곽에 대형 주차장을 만들어 외지에서 오는 방문자들의 차를 세우도록 하고 도시 중심으로는 푸니쿨라(전차)를 타고 다니도록 했다. 도시 입구에서 푸니쿨라에서 내리면 두오모 성당까지 셔틀을 타고 진입하게 만든다. 셔틀이 전기차인 것은 두말할 것 없다. 골목골목 상점들에는 수공예품들이 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도로는 반질반질하게 빛난다. 해가 지면 아늑한 가로등이 켜지고 낭만적인 구시가지의 밤이 펼쳐진다. 단 일 초라도 빠르게 빠르게 서두르는 현대인들에게 이 도시는 한편으로는 불편할지 모르지만 한 번이라도 오르비에토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힐링의 도시`라고 입을 모은다. 경주가 가야 할 길이 바로 이런 것이다. 경주는 신라천년의 고도라고 하면서 어느 현대 도시보다 분주하다.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성수기나 주말이면 경주는 `힐링의 도시`가 아니라 `스트레스의 도시`가 된다. 관광객이 타고 온 차와 걷고 있는 관광객이 뒤엉켜 아비규환이 되기 일쑤다. 유명한 식당에는 줄을 서서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하고 밥을 먹다가도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숟가락을 놓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한 사람의 관광객이라도 더 끌고 와야 한다는 조급증이 도시를 망칠 수도 있다. 경주는 고도답게 슬로시티의 전형적인 길을 걸어야 한다. 천천히 걸어서 골목골목을 누비고 주요 관광지로는 셔틀이 조심스럽게 다니는 도시여야 생명력이 길고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될 수 있다. 더이상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고도다운 정체성을 찾아야 하고 거기에 걸맞은 도시계획을 해야 한다.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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