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신문이 대구시미술협회 회원 작가들의 성향과 작품성을 살펴본다. 그 첫번째로 도예가 이점찬씨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본다. ■이점찬 도예가의 `항아리` 자연에 바탕을 둔 한국의 미가 `선의 미`라는 예찬은 일본의 민예연구가이자 미술평론가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의 평을 통해 알 수가 있다. 그는 중국의 미를 形, 한국의 미를 선線, 일본의 미를 색채의 美라고 했다. 대한민국 서양화가인 김환기씨는 "우리 민족의 얼은 결국 항아리에 멎었다"고 강조한 만큼 고려청자 조선백자는 그야말로 하늘에 순응하는 민족이 아니고서는 낳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예찬을 했다. 한국의 현대미술에서 본 한국의 정체성은 기류에 순응하는 형태 없는 존재로서 단지 지나친 공백만 있을 뿐 백색의 공간처럼 본래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 유전 핵(유전적 DNA)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조형의 최소 단위인 선과 면은 단순함을 살리되 그 안에서 자연미와 고급스러운 감각의 표현은 본질적인 아름다움의 추구와 원형적인 것에서 찾을 수 있는 순수한 가치에서 고도의 기술을 통해 부드럽고 매끄러운 유선형의 형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처럼 도예가 이점찬의 백자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선과 면에 의해 단순함으로 빚어진 최고의 미감이라 할 수 있다.   ■항아리의 매력은 경험과 잠재의식 속에서 묻어 나오는 한국성, 즉 선은 작가적 사상과 표현력(기술)을 바탕으로 형태를 이루게 되는데 그 안에는 작가의 주체의식이 담겨져야 하며 그 잠재의식 속에 전하나의 표현이라 해도 무궁한 표현양식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한국적 이미지를 대표하는 색채에서 형상성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형태와 더불어 작품의 색채에서도 고유의 정서를 담아 낼 수 있다. 이는 백자 달 항아리가 담고 있는 대표적인 백색과 함께 청화백자나 철화백자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색감의 조화에서도 한국적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이점찬의 백자는 백색 중에서도 밝은 설백색으로 무색무면의 정신을 나타내는 흰색은 자신을 낮추고 겸손함을 드러내는 자세로 이를 색깔로 드러내는 행동으로 보았다. 결국은 유채색을 금기하고 무채색을 지향하는 민족지향의 산물을 어어 받은 셈이다. 흰색은 색이 없는 그대로의 원색이다. 따라서 무색이며 자연이고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인생관을 지닌다. 20세기 초반에 일본의 도자 비평가들은 조선시대의 도자기를 두고 "조선의 도자기는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태어난 것이다"라고 극찬했다. 이는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들에 비해 인공적인 냄새가 없고 자연스러움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점찬의 도예가 변화 언제부터인가 도예가 이점찬은 그 순백의 도자기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엄밀히 표현하자면 문양을 새겨 넣거나 그려 넣었다고 해야 하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그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소한 풍경들을 도자기에 간결하게 그려 넣는다. 그의 작업실이 있는 경산시 남산골의 소박한 풍경처럼… 그 풍경은 때론 이름 모를 야생의 풀 한 포기와 꽃 한 송이로 표현될 수도 있고, 나지막한 야산의 이미지가 선적(線的)인 묘화로 등장하기도 한다. 자연은 인간에게 있어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며 인류의 역사에 있어 끊임없이 예술적 영감과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꽃을 포함한 식물의 표현은 무궁한 번성함과 풍요의 상징이며, 여유로움과 서정성을 포함하고 있다. 꽃은 고대 기하학의 개념으로서 원(圓)을 상징하며 인간과 자연 연계를 포함한 영의 총체를 상징했으며, 항상 생명을 지닌 획일 지향적 측면 즉, 생명의 전체성(全體性)을 나타낸다. 따라서 자체의 아름다움에서 오는 장식적이고 심미적인 특성으로 예술가들에 의해 흔히 묘사되고 다루어진 자연물 중 하나다.   ■이점찬 도예가의 표현 그가 표현한 이미지들은 대부분 자연에서 따온 꽃이나 추상화된 식물 문양들이다. 특히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표현된 현대적으로 표현된 문양의 회화성은 뛰어나다. 예로부터 도자기는 일상생활에 쓰이는 용기이기 때문에 한국적인 특색이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특히 조선 도자기는 신분이 낮은 도공들이 대를 이으며 궁궐이나 사대부 등의 요구에 따라 제작하였으므로, 상층 문화를 반영해 줄 뿐 아니라 서민들의 소박한 미감이나 미의식도 은연중에 함께 드러내고 있어 회화 이상으로 보편적인 한국적 미의식의 결정체라고 간주된다. 흰색의 바탕과 요란하지 않은 푸른색이 조화를 이루어 차분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고 때론 금분으로 고급스러움을 그러내기도 했다. 그는 달 항아리에 금빛의 휘영청 둥근 달 하나만 조그맣게 그려 넣을 때도 있다. 도자기 표면에 금빛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화려한 장식적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그의 작품 속에 사용된 금빛의 의미는 장식적 요소와는 전혀 다르다. 그에게 금빛은 소중한 기억이 담긴 풍경을 도자기에 담아낸다는 의미가 더 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변색되지 않는 금의 특성처럼 개인적 사물 속에 담겨진 소중한 인연과 기억이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점찬 도예가와 자연의 조화 결국 이점찬의 자연스러운 손놀림과 손끝에서 베어 나오는 회화성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왔던 그의 심상(心想)을 반영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양의 소재적인 면에서는 동양적인 자연관에서 나온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점찬의 작품에서 보이는 선적인 문양의 추상적인 표현은 마치 현대회화에서 볼 수 있는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면모를 볼 수 있으며 마치 마음을 비운 듯 자연을 동경하는 듯 한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의 도자기에 나타난 문양들은 회화적인 구성요소인 점, 선, 면과 동양화에 나타나는 여백의 미와 공간감, 그리고 농담과 기운을 담고 있다. 단지 평면에 그린 2차원적인 회화가 아닌 3차원의 기형에 문양을 담는 것으로 일반 회화와는 다른 3차원을 주시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또 기면에 유약을 발라 이로 인한 발색의 변화와 소성에 의한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기에 그 매력이 한층 더하다고 본다. 이점찬의 도자기에 나타난 문양들은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인간도 한 일부분으로서 함께 동화하고자 하는 회화성이 보인다. 그의 도자기 문양에서 나타나는 회화성은 현대 회화에서 느낄 수 있는 추상성의 면을 볼 수 있다. 이는 조선시대의 사상과 자연주의의 미학이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음을 엿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고자 하는 시각적 표현으로 탄생하게 된 이점찬의 백자는 앞으로도 현대적인 미감에 맞도록 그 맥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한편, 이점찬 도예가는 홍익대 대학원 및 대구가톨릭대 미술학 박사를 취득하고 개인전 16회, 단체전에 500여회 출품했다. 또 대한민국 공예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대구시 공예대전 운영, 심사, 초대작가, 경북도 미술대전 운영, 심사, 초대작가로 활동했다. 또한, 현재 경일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북도 문화재 위원,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대구미술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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