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리어왕`의 주인공은 "공포라는 감정은 어디서부터 연유하는 걸까. 그 무엇이 우리를 긴장시키고, 두렵게 하는 것일까"라고 독백한다.   어떤 대상에 대한 실체와 사실, 그 대상이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를 알지 못하면, 인간은 막연한 공포감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인간이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은 어떤 대상과 그 위험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인들의 가장 높은 공포지수는 여객기 내에서 추락 위기에 놓였을 때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다음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테러, 전쟁이 터졌을 때, 암흑천지에 갇혔을 때, 느닷없이 암 선고를 받았을 때라고도 한다.   우리도 그 사정이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날이 갈수록 `두려움의 문화`에 익숙해지고, 의식 자체가 체질화돼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신문 지상에서 읽었지만, 두려움의 문화로 먹고사는 `공포 사업`이 호황을 누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미 아주 오래전의 그림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공포 분위기를 극대화한 덕분에 미술사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걸작으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다. 핏빛 하늘, 유령이 튀어나올 것 같은 배경, 동그랗게 뜬 눈과 홀쭉한 뺨으로 공포에 떨고 있는 인간, 외마디 비명이 들리는 듯한 분위기….   노르웨이 출신 화가 뭉크(1863~1944)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절규`는 19세기 말 상징주의 그림의 결정판으로 20세기 표현주의 화풍에 큰바람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그림은 현대인의 정신적 고뇌, 생의 공포, 산업화에 대한 비판, 인간 내면의 절망적 심리상태라는 해석이 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뭉크의 `절규`에 대한 이 같은 해석은 잘못이며, 작품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나면 사정이 크게 달라진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1983년 8월 27일 인도네시아의 섬 크라카타우에서 대규모 화산이 폭발해 엄청난 해일이 일어 무려 3만6천여 명이나 사망했으며, 마그마와 화산암이 뭉크가 살던 노르웨이에서도 관찰돼 그 참상을 10년 뒤 화폭에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뭉크는 평생 고통, 죽음, 불안 등을 주제로 강렬한 색채와 극단적이고 과장된 표현 방법을 구사했던 화가다. 하지만 `절규`가 당시의 자연재해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게 사실이라면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떠올리면서 조금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지만, 두려움과 공포의 문화는 멀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진다. 그 문화는 끊임없이 근거 없는 불신과 적대감을 조장하고 파국을 재촉하는 `무서운 흉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탈원전 문제를 두고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들이 한때 탈원전으로 가다가 방향을 바꾸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우려하는 국민들의 정서와는 딴판으로 탈원전을 우기고 있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 공포감을 일으키는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케 하거나 각인시키곤 했다. 이런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왜곡 조장된 주장과 비과학적 선전, 선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을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이들은 원자력 에너지를 두고 위험, 공포, 죽음의 이미지를 연상하며, 원전의 방사선(radiation)으로 인해 원전 주변 지역의 사람들이 각종 암과 질병이 발생하며, 태양은 안전한 에너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태양은 `태양 방사선(solar radiation)`으로 방사선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치명적이라고 과학자들은 밝히고 있지 않은가.   우리 인간이 가지는 두려움과 공포는 어떤 위협과 위험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고 감정이다. 미신은 어떤 위협과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두려움의 대상에 대한 복종과 종교적 행위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포와 미신의 공통점은 우리 인간의 무지(無知)와 연결되어 있다. 에너지 문제는 날이 갈수록 또 다르게 이미 예견되기도 하는 공포와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국민 정서와 전문가들의 우려를 저버리지 않는 방향전환을 기대해 본다.
즐겨찾기+ 최종편집:2022-01-22 오전 05:55:16 회원가입기사쓰기구독신청지면보기전체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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