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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모래 위 십 센티-한미 FTA의 추억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전충렬
전충렬의 髓處作主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7년 11월 12일
↑↑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전충렬
공·사를 막론하고 일에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 성공한 것이고 그러하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다. 이는 사후 평가적 개념이다. 그러면 실질적인 성패(成敗)는 언제 결정되는가? 즉 승부(勝負)는 언제 판가름 나는 것인가?
 인생살이는 어떤 의미에서 오직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항상 복수의 대안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객관식 시험문제처럼 주어진 대안들 중 최적의 것을 골라야 하는 경우가 있고, 정책분석(政策分析)에서처럼 목표달성을 위한 정책수단들을 탐색 또는 설계하고 평가하여 그 중 최적 방안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선택'이 곧 '승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치킨게임(game of chicken)에 있어서의 결단의 시점도 바로 결정적인 순간(moment of truth)의 선택에 관한 문제이다. 그러면 대·소의 다양한 쟁취적 상황에서 '승부'가 결정되는 시점은 언제인가?
 씨름의 승부는 '모래 위 십 센티미터'에서 결정된다. 대부분의 승부도 '막판'에 결정된다. 그러므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목표지점 1미터에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 종료 1분전에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이다.
 학업 목표 달성을 위한 공부에 있어서도 시험 전날과 당일 마지막 순간의 목숨을 건 집중이 중요하다. 예전에 고등고시 합격자 중에는 눈물을 흘리며 공부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직의 업무 수행에 있어서도 과업 완수를 위해서 매 순간 집중하되 마무리 단계에는 더욱 철저히 몰입하는 것이다.
 업무 추진 과정 중 '최종 단계'에 있어서의 '종합 점검'은 그 일의 성패를 좌우할 수가 있다. 특히 행사·의전 업무에 있어서는 사소해 보이는 사항을 소홀이 하여 큰 사고가 되기도 한다.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devil is in the details). 그래서 치밀한 최종점검은 언제나 매우 중요한 것이다.
 2011년 11월 22일 범사회적으로 격심한 진통을 겪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국회에서 3-4년간 끌다가 소관 상임위원회(당시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교착상태에 있던 것을 국회의장이 전격적으로 본회의에 직권상정을 함으로써 단행된 것이다. 그 때 필자는 정부 소관 부처(당시 외교통상부)의 기획조정실장이었고 국회 의사국장이 점심 때 극비리에 연락을 해 왔다. 조용히 장관의 본회의 출석을 준비했다.
 조약안만 직권처리하는 것으로 의장에게 보고, 준비했다고 한 것을 부수법안 14개를 동시에 처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이에 의사국장이 급히 재보고하여 부수법안들도 같이 상정하는 안을 다시 만들었다. 긴박한 시간을 거쳐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회 경위들로 겹겹이 둘러싸이고 밀폐된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 K씨가 터뜨린 최루탄을 장관과 함께 흠뻑 마셨다. 길고 힘든 정치·행정적 여정에서 '승부는 마지막 순간'에 결정되었던 것이다.
 그토록 심한 갈등 속에 체결된 한미 FTA가 시행 6년이 된 지금, 당시의 그 펄펄 뛰던 국내의 반대 주장 논리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미국 측의 개정요구만 있다. 미국산 소고기로 사람 뇌가 흐물거리게 될 것이며 미국 자동차가 전국에 깔릴 것이라는 등의 목소리들은 다 어디로 갔나? 어떻든 마무리되는 시점의 최종점검은 그 조약이 그렇게라도 처리되는 데 매우 긴요하였다.
 가장 마지막 순간의 '선택 그리고 집중'이 승부를 좌우한다. 워렌 버핏(W. Buffett)이 "썰물이 빠졌을 때 비로소 누가 벌거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고 한 말처럼 승부도 진실도 언젠가는 때가 되면 필시 그 진위가 가려지게 마련이다.
 선(善)한 일도 선의 열매가 익기 전까지는 악(惡)의 과보를 받을 수 있고 악한 일도 악의 열매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선의 과보를 받을 수 있다. 승부 관리는 언제나 '모레 위 십 센티', '목표 지점 1미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7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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