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18-06-20 오후 11:55:5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칼럼

개의 해와 반려견의 잠꼬대

소설가·시인 이채형
산문과 운문의 하모니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1월 09일
↑↑ 소설가·시인 이채형
언젠가 아파트 입구 전신주에 나붙은 채 애틋한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벽보 하나를 기억하고 있다.
 우리 강아지를 잃어버렸어요. 어제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아요. 아저씨 아줌마, 꼭 좀 찾아 주셔요.이름 : 쫑쫑/종류 : 말티즈/나이 : 두 살/성별 : 남자/특징 : 고추가 큰 편임
 그리고 전화번호와 함께 계집아이와 사내아이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나는 한참 그 앞을 떠날 수 없었다. 강아지를 잃고 상심하는 어린 남매의 정경이 눈에 잡히는 듯하고, 이웃에 도움을 청하는 그들의 마음씨가 너무나 천진하고, '고추가 크다'는 그 특징이 너무도 재미있었다. 수컷의 그것을 고추라 하다니,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앙증스럽고도 신선한 표현이 아니고 무엇인가.
 누군가 그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주어 어린 남매의 상심을 풀어 주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특징을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또 언젠가 어떤 주택 앞을 지나다 보니, 뜰의 가장자리에 진돗개 강아지 한 마리가 묶여 있고, 그 옆 개집에 거울 하나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다. 나는 이번에도 걸음을 멈추고, 아하 그렇구나, 하고 절로 감탄하고 말았다. 아마 강아지와 가장 친한 이 집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강아지가 심심하지 않게 거울을 놓아 주고 간 것이리라.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이라도 바라보며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뜻에서. 강아지는 어린 주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얌전히 엎드린 채 거울 속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거울 속에 햇살이 환하게 비쳐 있고, 내 마음도 그 햇살로 따뜻하게 데워지는 듯했다.
 다시 개의 해가 돌아왔다. 개의 해에 걸맞게 바야흐로 반려견 인구 천만 시대라 한다. 다섯 사람 중 한 사람이 강아지를 기르는 셈이라 그 때문에 심심찮게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개 때문에 개 대신 사람이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기르던 개에 물려 주인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있다. 얼마 전에도 유명인의 개에 유명인이 물려 패혈증으로 죽은 뉴스로 화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그래도 역시 개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의 존재다.
 나는 개띠에다, 개를 무척 좋아해서, 개에 얽힌 추억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은 시추 한 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열네 살의 노견이다. 두 눈은 백내장으로 앞을 잘 보지 못하고, 귀도 어두워져 소리를 얼른 듣지 못하는 데다 젖꼭지에는 암까지 왔다. 개도 늙으면 사람과 똑같다는 걸 알았다.이놈에게 두고 두고 미안한 일이 한 가지 있다. 암컷인데도 새끼를 낳을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다.
 오래 전, 사람으로 치면 30대에 꼭 한 차례 동물병원에 데려가 십만 원을 들여 잘 생긴 수컷과 교미를 시킨 적이 있으나 낙태를 하고 말았다. 그 뒤에 중성화수술을 시키는 바람에 다시는 기회가 없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죄책이고 놈에게는 한이 되었다.이놈은 꼭 내 옆에서 잔다. 그리고 가끔 잠꼬대를 한다. 그럴 때면 마음이 아프다. 개의 해에 들어야 할 시추의 한 서린 잠꼬대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시추의 잠꼬대

 가위눌린 듯꺽꺽, 숨이 넘어가다가설움에 북받 친 듯흑흑, 흐느낀다
 짐승이라고 생애의뼈저린 기억이 없으랴
 평생 한 번뿐이었던흘레의 추억,그때 지녔던 수태의 소망,그 끝에 겪은낙태의 아픔,
  -그것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1월 09일
- Copyrights ⓒ경북신문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관련기사()
 
가장 많이 본 뉴스
칼럼
'나그네'는 국어사전에 자기 고장을 떠나 다른 곳에 임시로 머무르고 .. 
6·13 지방 선거는 TK 지역만을 겨우 남겨놓긴 했지만, 예상대로 보수.. 
만인(萬人)은 법 앞에서는 평동하다고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계층에 따.. 
이번에 중학교 2학년이 되는 만 13세 A양의 별명은 '두드러기 소녀'이.. 
오복 중 하나라는 눈. 하지만 우리는 눈의 건강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 
미세먼지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미세먼지가 호흡기질환뿐 아.. 
6·12 북미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6.13지방선거에서 대한민국은 드디.. 
보고서는 짧을수록 좋다. 말이 짧아야 하듯 보고도 짧을수록 좋다. 대.. 
사설
기자수첩
인사말 연혁 조직도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본사 및 지역본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108,866
오늘 방문자 수 : 76
총 방문자 수 : 43,346,534
본사 : 상호: 경북신문사 / 주소: 경주시 황성동 1053-12 미림빌딩 5층 / 발행인·편집인 : 박준현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준현
mail: gyeong7900@daum.net / Tel: 054-748-7900~2 / Fax : 054-773-7878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275 / 등록일 : 2008년 7월 1일
지사 지사대구본부: 053-794-3100 / 북부본부 : 054-859-8558 / 동부본부 : 054-284-4300 / 중부본부 : 053-444-2996~7 / 포항본사 : 054-275-7488
Copyright ⓒ 경북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