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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해와 반려견의 잠꼬대

소설가·시인 이채형
산문과 운문의 하모니

경북신문 기자 / kua348@naver.com입력 : 2018년 01월 09일
↑↑ 소설가·시인 이채형
언젠가 아파트 입구 전신주에 나붙은 채 애틋한 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벽보 하나를 기억하고 있다.
 우리 강아지를 잃어버렸어요. 어제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아요. 아저씨 아줌마, 꼭 좀 찾아 주셔요.이름 : 쫑쫑/종류 : 말티즈/나이 : 두 살/성별 : 남자/특징 : 고추가 큰 편임
 그리고 전화번호와 함께 계집아이와 사내아이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나는 한참 그 앞을 떠날 수 없었다. 강아지를 잃고 상심하는 어린 남매의 정경이 눈에 잡히는 듯하고, 이웃에 도움을 청하는 그들의 마음씨가 너무나 천진하고, '고추가 크다'는 그 특
징이 너무도 재미있었다. 수컷의 그것을 고추라 하다니,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앙증스럽고도 신선한 표현이 아니고 무엇인가.
 누군가 그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주어 어린 남매의 상심을 풀어 주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특징을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또 언젠가 어떤 주택 앞을 지나다 보니, 뜰의 가장자리에 진돗개 강아지 한 마리가 묶여 있고, 그 옆 개집에 거울 하나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다. 나는 이번에도 걸음을 멈추고, 아하 그렇구나, 하고 절로 감탄하고 말았다. 아마 강아지와 가장 친한 이 집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강아지가 심심하지 않게 거울을 놓아 주고 간 것이리라.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이라도 바라보며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뜻에서. 강아지는 어린 주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얌전히 엎드린 채 거울 속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거울 속에 햇살이 환하게 비쳐 있고, 내 마음도 그 햇살로 따뜻하게 데워지는 듯했다.
 다시 개의 해가 돌아왔다. 개의 해에 걸맞게 바야흐로 반려견 인구 천만 시대라 한다. 다섯 사람 중 한 사람이 강아지를 기르는 셈이라 그 때문에 심심찮게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개 때문에 개 대신 사람이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기르던 개에 물려 주인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있다. 얼마 전에도 유명인의 개에 유명인이 물려 패혈증으로 죽은 뉴스로 화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그래도 역시 개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의 존재다.
 나는 개띠에다, 개를 무척 좋아해서, 개에 얽힌 추억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은 시추 한 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열네 살의 노견이다. 두 눈은 백내장으로 앞을 잘 보지 못하고, 귀도 어두워져 소리를 얼른 듣지 못하는 데다 젖꼭지에는 암까지 왔다. 개도 늙으면 사람과 똑같다는 걸 알았다.이놈에게 두고 두고 미안한 일이 한 가지 있다. 암컷인데도 새끼를 낳을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다.
 오래 전, 사람으로 치면 30대에 꼭 한 차례 동물병원에 데려가 십만 원을 들여 잘 생긴 수컷과 교미를 시킨 적이 있으나 낙태를 하고 말았다. 그 뒤에 중성화수술을 시키는 바람에 다시는 기회가 없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죄책이고 놈에게는 한이 되었다.이놈은 꼭 내 옆에서 잔다. 그리고 가끔 잠꼬대를 한다. 그럴 때면 마음이 아프다. 개의 해에 들어야 할 시추의 한 서린 잠꼬대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시추의 잠꼬대

 가위눌린 듯꺽꺽, 숨이 넘어가다가설움에 북받 친 듯흑흑, 흐느낀다
 짐승이라고 생애의뼈저린 기억이 없으랴
 평생 한 번뿐이었던흘레의 추억,그때 지녔던 수태의 소망,그 끝에 겪은낙태의 아픔,
  -그것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경북신문 기자 / kua348@naver.com입력 : 2018년 0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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