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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무의 자율과 결단 - 점심시간 이야기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전충렬
전충렬의 髓處作主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2월 11일
↑↑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전충렬
조직생활에 있어 점심시간을 없애버리면 어떻게 될까? 점심 먹을 시간을 주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시간을 현재처럼 고정하지 말고 '자율'에 맡기면 조직 생산성이나 구성원 개인 또는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다.
 점심시간은 직장인에게 있어 주요 휴식시간의 하나이다. 근로기준법은 8근로시간에 대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자에게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 휴게시간은 근로의 피로를 회복하고 업무의욕과 활력을 재생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다.
 공직 초년시절이던 1990년경 공무원의 인사·복무 등 관련 제도를 담당하던 구 총무처에 몸담고 있을 때의 일이다. 오늘날뿐만 아니라 당시에도 공무원들의 다양한 창안(創案)이 장려되고 있었다. 그에 따라 필자는 점심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늘리고 점차 2시간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 건의를 한 바 있다. 중식 전에 충분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라도 운동시간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채택되지 않았다.
 그 제안의 근본 취지는 당시 의료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한국 성인 남자의 성인병 유병률(prevalence rate)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고 그 원인이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인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운동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 기회를 보다 안정적으로 마련해 주자는 것이었다.
 즉 직장인들이 바쁜 아침 시간이나 저녁에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므로 낮 시간에 운동시간을 확보해 주려는 것이었고 그 대신에 그로 인해 줄어드는 근무 시간은 퇴근시간을 늦추어 보완하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그래도 어차피 정시에 칼퇴근이 되지 않는 문화에서 개인들로서는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도 깔려 있었다. 그러나 심의에서 기각된 이유는 그 늘어난 시간에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고스톱을 친다는 것이었다.
 한편 행정기관은 근본적으로 '대민 서비스' 제공을 위해 존재한다. 이 대민 서비스의 '계속성'을 위해서라면 꼭 민원 창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정부 부서가 시중은행처럼 점심시간에도 업무를 하는 것이 옳다. 미국 연방공무원의 경우는 정해진 점심시간이 없다. 물론 그들과의 점심 약속은 여느 나라처럼 통상 12시쯤에 하게 되지만 그 외에 개인별로는 알아서 식사를 한다.
 워싱턴 디씨(D.C.) 정부의 교육감 인사청문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오후 한 시가 넘어도 정회 없이 계속되었다. 청문회 참여자는 개인별로 잠시 나갔다 오거나 샌드위치 등을 먹으며 청문을 진행하는 것을 보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중간에 쉬어버리면 그만큼 종료시간이 늦어질 수가 있고 그럴 경우 참여·관찰하는 시민들의 저녁 휴면시간도 단축된다는 것이었다. 일리가 있었다.
 이제 복무 '자율성 차원의 점심시간 활용'과 '대민서비스의 계속성' 간의 조화를 도모해 볼 때가 되었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에서 직장의 고스톱 문화가 사라진지 도 이미 오래이다.
 복무규율의 본질은 '자율'이다. 이 자율성의 시대에 그동안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활용되어 온 고루(固陋)한 이름의 복무감찰은 재정립할 때가 되지 않았나!
 과거 출근부 폐지와 통금 해제 등의 추억을 생각해 보더라도 무슨 계기가 있을 때마다 복무 시간 준수 여부 따위를 점검해 온 원시적인 관행도 이제는 청산할 때가 되지 않았나!
 점심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할 때도 되었다. 조직이나 부서의 성격에 따라 융통성을 부여하면 된다. 원칙적으로 규정화된 점심시간을 없애버리되 부서별 또는 개인별로 알아서 활용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단위조직 구성원 행태의 관리 문제는 계통적 지휘나 획일적 체계보다는 단위 관리자의 리더십 영역에 속한다.
 조직생활에 있어 소중한 중식시간, 그 시간에 운동을 하든 달리 자기 발전적으로 활용하든 아니면 계속 근무하고 좀 일찍 퇴근을 하든 개인의 자율적 통제에 맡겨보자. 필시 조직의 '생산성'과 '창조성'이 증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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