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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所信)의 방법-우는 것보다 나은 것이 있는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전충렬
전충렬의 髓處作主

경북신문 기자 / kua348@naver.com입력 : 2018년 03월 11일
↑↑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전충렬
공자의 가르침에, 부모의 잘못 행위에 대해 자식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제자가 묻자 '먼저 말려야 하고 말려도 듣지 않으면 울어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조직에서 바른말 잘 하는 이른바 '직언거사'(直言居士)의 행동방침에는 처음부터 "○○님 지시사항이다"는 없다. 규정과 원칙에 충실한 실무인력의 '소신'은 조직 생명선의 근간이 된다. 건강한 조직이 되려면 '원칙'에 충실하면서 대안도 잘 제시하는 직원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조직 활동의 실제상황에서 원칙을 지키고 소신을 견지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필자의 추억은 깔끔하지는 못하
다. 실무 사무관으로 공직생활 6년쯤 했을 때였다. 소임 중에 산하 공공기관인 Y공단의 정관·직제규정 등을 심사·승인하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공단의 이사장은 전직 차관으로서 소위 실세 기관장에 속했다. 한번은 직제규정 개정안 심사에서 위인설관(爲人設官)으로 판단되는 부서 두 개를 불승인하자 발칵 뒤집혔다. 공단에서 재승인 요청이 왔고 과장 이상 직계 간부 모두가 승인하자고 했으나 실무자인 필자 혼자 거부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계통적 압박이 거세졌다. 담당 국장도 압박에 가세했다. 국장실에 불려가 호통 지시에 세게 맞선 뒤 사무실을 벗어나버렸다. 그 후 국장이 통사정 하는 바람에 결국 마음이 약해져 출구 명분을 붙여 승인해줬다. 일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거역'에 대한 보복으로 인사조치 압력이 가해졌다. 어느 날 새벽 국·과장이 그 이사장에게 대신 빌고 나서야 상황이 종료되었다.
 1990년에는 국회에서 공무원에 의한 폭행이 발생했다. 필자의 공직 동기 중 당시 D부 사무관이 산하 공공기관장을 국회에서 때려버린 것이다. 예비역 장성인 그 기관장은 대통령의 사관 동기로서 서슬 퍼런 군출신 정권 실세였다. S공사 설립 관련해 그 기관장과 D부 의견이 대립되다가 직계 상관 모두가 그 기관장에게 굴복했고 담당 P사무관만 반대했다. 그는 본래 다혈질인데다 정의파에 속했다.
 끝까지 굽히지 않는 P사무관에게 다양한 압력이 가해졌다. 권력기관까지 동원된 협박에 눌려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어느 날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실에서 사무관의 젊은 울분이 폭발했다. 잠시 정회가 선언되자 곧바로 회의탁자 위를 날아 그 실세 기관장의 따귀를 몇 차례 갈긴 것이다. 한 동안 정부 내·외가 요란했다. 그로 인해 결국 그 사무관은 징계 해임되어 공직을 떠났다.
 예전에 모 부처 K과장은 장관을 상대로 한 달 동안 소신을 펼치다가 종국에는 장관의 무릎을 껴안고 울어서 승복을 받아냈다는 교훈적인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멀리 한(漢) 문제(文帝) 시절 우승상 주발과 좌승상 진평의 소신 이야기도 유명하다. 왕이 1년 동안의 재판 건수와 국고 수지(收支)를 묻자 그들은 모른다고 하며 책임자인 정위(廷尉:법무장관)와 대사농(大司農:농정장관)에게 각각 물으라고 답했다. 그러면 승상이 하는 일이 뭐냐고 다시 묻자 천자를 보좌하여 '나라 전체를 돌보고 제후들을 다스리며 관리들이 임무를 잘 완수하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한편 소신이란 것이 반드시 위로 향한 자세와 관련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래로의 태도도 소신일 수가 있다. 군대시절에 알던 K중대장은 부하직원들이 패싸움을 벌여 말렸으나 듣지 않았다. 그래서 똥통 속에 뛰어 들어가 버리자 서로가 싸움을 그치고 잘못을 빌더라는 것이다.
 소신을 관철하는 최종적인 방법 중에 우는 것보다 나은 것이 아직은 없는 듯하다. 상급자의 지시에는 복종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위법·부당한 지시에 따랐을 때 생기는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위법한 지시는 거부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위법성'의 판단이 실제 그리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더욱이 '부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더 어렵다.
 그러므로 '소신'이 중요하다. 소신 원칙 제 1조는 상급자의 지시가 부당하더라도 급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즉석에서 반대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설득의 논리를 만드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이다. 논리로도 되지 않으면 울어버리는 것이다.
경북신문 기자 / kua348@naver.com입력 : 2018년 0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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