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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 you too

소설가 서유진
문화칼럼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3월 13일
↑↑ 소설가 서유진
답답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me to의 거센 파도가 택배기사 강수 씨의 뇌리를 흔들고 있다. 멕시코 혁명의 영웅 판초비야는 누이를 강간한 농장 주인을 살해했다.
 한 손에는 스마트 폰, 한 손에는 삼각 김밥을 든 강수 씨는 김밥을 한 입 베어 물었다. XX. 으깨진 밥알을 입가에 묻힌 채 왼손 엄지로 핸드폰 화면을 넘긴다. 손가락이 떨린다. 아니, 이럴 수가! 강수 씨의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는다. 하루 택배 배달을 포기하고 그 가해자를 지지하러 부산까지 내려가지 않았나.
  핸드폰 갤러리를 열었다. 브이 손가락을 내밀고 활짝 웃는 사진 속 두 얼굴을 뚫어지게 본다. 주변 사람을 떠올려 웃고 있는 얼굴의 가면을 벗긴다. 그럼, 날아 택배 사장님의 순직한 얼굴도 가면이란 말인가? 자신이 생각해도 지나친 상상이다. 강수 씨는 배차 호출을 많이 받기 위해 폰을 세 개 가지고 다녔는데 폰2의 콜이 떴다. 20분 후 바로 갈 수 있는 배차 콜이 폰3에도 떴다. 여느 때 같으면 빨리 클릭을 했겠지만, 강수 씨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볼 뿐이다.
 김밥 한 줄 먹고 12시간을 달려도 힘든 줄 몰랐다. 작년에 회사에 들어온 알바생 다애는 그의 에너지이며 희망이었다. 다애도 오빠를 좋아한다고 회사 식구들 앞에서 선포했다. 강수 씨는 다애의 대학 등록금을 대어주며 일 욕심을 부렸다. 사장님이 잘 해준다고 다애가 말할 때마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러던 강수 씨의 가슴속에 용암이 끓고 있었다.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없었던 증상이다.
 오늘 아침에도 사장을 바라보는 강수 씨의 시선이 섬뜩할 정도로 집요했다. 강수야. 네 눈빛이 왜 그러냐? 아, 아니에요. 강수 씨가 월수입 900만 원을 버는 최고의 배달기사가 된 데는 사장의 가르침과 도움이 컸다. 사장은 그의 정신적 지주였고 대부였다.
 강수 씨는 자신의 상상에 머리를 절절 흔들면서도 사장의 두툼한 손이 다애의 어깨를 안는 그림을 수없이 그린다. 못 할 짓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배달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아니, 다애! 학교에 안 가고 왜 거기 있어! 오빠, 교수가 성폭행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휴강이야. 뭐야! 강수 씨는 폭발했다. 강수 씨의 오토바이가 득달같이 달려왔다. 너랑 얘기할 게 있어.
 강수 씨는 다애를 태우고 도로를 질주했다. 다애가 오후에 돌아와야 한다고 외치지만 그의 머릿속은 딴 생각 뿐이다. 어쩌면 다애도 당했을지 몰라. 다애가 자랐던 보육원 원장도, 다애의 고등학교 선생도… 예쁘잖아. 누구라도… 나도 처음 보는 순간 볼그스름한 뺨을 만지고 싶었어. 그러니까 다애 주변의 남자 중 누군가가 예쁘다, 귀엽다는 감정으로 그런 욕구가 생길 수도 있잖아. 사실은 너 자신도 아차, 하면 갑자기 괴물이 될 수 있는 거라고. 이성보다 본능에 충실할 때, 이를테면 술에 취해서… 그러니까 술 취하지 말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다잖아. 술도 술이지만 네 속에 리비도가 폭력을 휘두르면 넌 너를 지킬 수 있겠니? me to가 아닌 U2가 눈앞에 수없이 찍혔다. U2는 SNS에서 쓰이는 채팅 용어 you to이다. 수많은 me to에는 수많은 you to가 존재한다.
 그런 생각에 잠겨 달리는 동안 오토바이는 어느새 동해 바닷가에 그들을 내려놓았다. 바다는 음울한 빛을 띠고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다. 바다 빛깔이 지금 세상 같아. 강수 씨가 쓸쓸히 물었다. 다애야, 넌 괜찮니? 응, 하지만 지금 이 현실이 허탈해. 프로이트가 '정신분석 입문'에서 인용한 괴테의 '서동시집'기억나? 주라이카가 그 애인에게 말했잖아. 노예나 정복자나 민중이나 똑같은 말로 이렇게 고백합니다. 자기 인간성을 지키기만 하면 모든 것을 잃어도 좋습니다. 자신을 위해 몸을 바치기를 종용하던 주라이카의 애인이 결국, 그대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하고 손을 들었대. 나도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될게. 빨리 결혼하자. 십계명 지킬 수 있겠어? 그게 뭐 어려워서. 누구든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말 알지? 그만큼 인간은 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거야. 하나님이 그걸 아시고 간음하지 말라는 7계명을 주신 거잖아. 강수 씨의 어지러운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는다. 그는 기도했다. 우리를 죄와 시험에 빠지지 말게 하소서. 잿빛 구름을 뚫고 나온 햇살에 바다가 빛을 품는다.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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