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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시인·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 김성춘
김성춘 시인의 詩의 발견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4월 12일
  복숭아 값 좋아 잘만 하믄 빚 싹 다 갚겠다 캤드만 자식 놈
 사고 쳐가 후딱 말아 묵고, 집 나간 큰 년돌아 오이 마 셋째년 나가 삐고
 천 날 만 날 소 새끼 맨키로 일만 하던
 마누라는 수술도 몬하고 죽아 삣는데 뒷산 텃밭은 와 인자서 저래
 값이 오리노 말이다
                                      -권선희
 

↑↑ 시인·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 김성춘
 이 시는 포항 구룡포 권선희 시인의 시다. 권 시인은 최근에 '꽃마차는 울며 간다'는 '눈물과 웃음으로 버무린'(김해자 시 해설)매력적인 시집을 상재 했다.
 고향보다 더 고향같은 구룡포에 살면서 투박한 포항 사투리로 시를 건져 올리는 시인, "자신들의 말이 모두 다 시인줄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살며 시인은 축제 같은 시를 포구에서 건져 올리며 산다.
 우리들의 삶은, 삶 자체가 부조리한 일들의 연속이다. '팔자'라는 것은 사람마다 있고, 팔자 같은 운명은 바꿀 수도 없는 것인가.
 "복숭아 농사짓는데 복숭아 값이 좋아져, 올해는 빚 다 갚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자식 놈이 덜컥, 그만 사고를 쳐 헛탕이 되고, 집을 나간 딸이 돌아오니까, 또 셋째 딸이 덜컥, 집을 나가고, 소 새끼 처럼 자식 놈들 위해 죽도록 일만하던 마누라는 죽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뒷산 텃밭 값이 막 뛰어 오르는 이상한 사람의 팔자…"
 삶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의 연속 이다. '평생을 소처럼 일하며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다가 병들어 죽은 마누라에 대한 연민을 노래한 이시는 '팔자'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갚겟다 캣드만" "후딱 말아 묵고" "나가 삐고" "소 새끼 맨키로" "죽아 삣는데" "오리노 말이다"같은 질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독자에게 눈물과 웃음을 함뿍 준다.
 이외에도 이 시집 속에는 "상노무 새끼, 직빵이라카데예, 씨바씨바 봄이 간다"등수많은 경상도 사투리와 비속어들이 말랑말랑하게 시속에 녹아 시 읽는 재미를 준다. 10년 만에 이번 시집을 묶은 권 시인은, "화가 많은 세월이었다"고 고백한다,
 만신창이가 된 정치로 세상은 갈수록 불화하고, 우리가 탄 마차는 꽃마차가 아니라 꽃무덤이었다고 진단 한다. 시인은 가슴속 불을 끄는 비법으로 자신의 시속에 엄숙한 포즈대신, 웃음과 해학으로 타인과 자신을 어루만지는 시를 쓰기로 다짐한 모양이다.
 권선희의 시가 '군용담요처럼 깔리는 포항바다'를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사이를 기쁨과 사랑으로 맺어주는, 화끈한 시집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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