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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곧 정치다

칼럼니스트 이상문
금요칼럼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6월 14일
↑↑ 칼럼니스트 이상문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은 과연 쓰나미급이었다. 소위 '문풍(文風)'이라고 불리는 대통령의 영향력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한 정치인의 영향력이 이처럼 거셌던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선거 결과 대구·경북 지역만 보수의 외딴 섬처럼 남고 말았다. 

 선거를 치른 후보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모두 상대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고 말한다. 여당의 후보자들은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대형 현수막과 공보에 내걸었고 대통령의 후광은 유권자들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물론 모두가 대통령 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 선거판의 가장 큰 변수는 결국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도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으로의 쏠림현상은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도대체 이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권력에 대한 환호일 것이다. 거의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통령은 낮은 경호를 선언하고 국민 속으로 과감하게 다가섰다. 스스럼없이 국민과 다정하게 셀카를 찍고 격의 없이 포옹한다. 김정은과의 남북정상회담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과감한 대북정책의 결과였고 전쟁의 위기 속에 몰렸던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런 와중에 보수 정당들은 일제히 엇박자를 냈다.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 혹평을 쏟아냈고 스스로 찢어지고 분열했다.

 국민의 정치의식은 이제 우물 안에 갇혀 있는 정치인들보다 훨씬 높다. 어느 길이 더 올바른지에 대한 분별력이 뚜렷하다. 과거 자신들의 진영을 쏟아냈던 전형적인 공작정치의 발언은 설득력을 잃었다. 홍준표 대표의 독설은 저급한 코미디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잡담으로 치부됐고 대변인의 논평은 언론의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게 됐다. 시대의 흐름을 국민은 아는데 정치인 스스로 몰랐다. 일이 터지고 나서 수습하기에는 늦다. 영국의 극작가 겸 소설가 버나드쇼는 자신의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썼다. 세상만사가 항상 만시지탄이다. 보수 정당들이 조금만 더 빨리 반성하고 체질을 바꿨다면 이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의 압승은 자칫 민주당이 오만에 빠지는 독배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도 정치권의 한 갈래고 고질적인 병폐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몰아준 몰표에 도취 되다 보면 결국 엇길로 빠질 수도 있다. 대통령의 진정성이 훼손되고 다시 우리나라 정치권은 혼란에 빠지는 우를 범할지도 모른다.

 국민은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 방식은 지지하는데 경제는 아쉽다는 말이 수시로 나온다. 물론 대통령이 사회 전반을 모두 국민이 원하는 대로 끌고 가기에는 벅찰 수도 있다. 남북관계가 지금보다 더 진전되고 북한의 경제제재가 풀리면 남북 경제협력이 활발해질 것이다. 그때 우리의 경제는 큰 분수령을 맞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침착하고 진정성 있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허물 때도 됐다. 그 경계는 어떤 면에서 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 국가의 갈 길이 어느 쪽인가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이뤄진다면 그것이 이데올로기가 돼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편 가르기에 국민만 피곤해진다. 보수라고 해서 모두 애국의 길이 아니며 진보라고 해서 모두 사회 개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성을 가지되 그것이 정치적 대립으로 가서는 안 된다.

 아무튼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대한민국 정치지형의 대변혁은 불가피하게 됐다. 대통령은 국정 수행의 동력을 더욱 강하게 얻을 수 있게 됐고 다수 국민이 지지한 여당은 자신감을 가지고 국민의 뜻을 대변하게 됐다. 이것이 국운의 새로운 발현으로 이어져야 한다. 자칫 여당의 오만이 과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거나 국민의 뜻과 반대로 향해 밀어붙이는 양태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

 야당의 정치적 소생은 철저한 자기반성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자신들이 보수 기득권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땅에서 생존할 수 없다. 스스로 말하는 궤멸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런저런 연유로 대한민국은 중요한 기로에 선 셈이다.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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