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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음 끓는 저녁

시인·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 김성춘
김성춘 시인의 詩의 발견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10일
   까막눈으로 살아 온 팔순 노모
 복지관 한글 반에 입학 하던 날
 숙제로 내준 자음 쓰고 또 씁니다
 교본 베끼는 일도 괴발개발이지만
 소리 내어 읽기는 가르쳐주고 돌아서기 무섭게
 헷갈립니다. 특히 ㅁ은 그 정도가 심해
 우물쭈물하다 끝내 말문을 봉해버립니다
 궁리 끝에
 
 김감심
 
 피란 통 보릿고개를 배곯지 않고 넘겼다더니
 인제 보니 그거 다 엄마이름 덕이네 뭐
 미음이 한 그릇도 아니고
 세 그릇이나 든 이름을 가졌으니
 그럴 수밖에
 이름 풀이 채 끝나기도 전
 득의만면 앉은뱅이책상 끌어당기더니
 열 칸 공책 한 가득
 ㅁ
 쓰고
 미음, 쑤느라
 잠도 잊은 채 골똘한
   -손 세실리아


↑↑ 시인·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 김성춘
 문해(文解) 할머니(한글 문자 배우는 어르신)들 얘기다. 감동적이지 않는가. 경주에도 문해 할머니들의 글 짓기 얘기가 티비나 언론에도 나와 솔솔한 화제거리를 제공 하고 있다. 지난해 경주 문화원에서 펴낸'경주문화'에서도 '경주의 문해학교' 할머니들의 시 작품 특집이 있었다. 맑고 솔직한 이야가 담긴 시들이 감동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시란 결국 자기 인생이 담긴 진솔한 삶 이야기다. 그래서 어머니의 이야기, 할머니의 이야기가 힘이 세다. 바로 시다.

 '미음 끓이는 저녁'은 한글 미음(ㅁ)과 먹는 음식인 '미음(米飮)'이라는 동음이의어를 묘하게 활용한 재미난 시다. 한글자모 익히기를 둘러 싼 모녀간의 신경전 끝에 성공으로 이끈 발상 의 하나가 이 시의 모티브다.

 '김감심' 즉, '감동 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이 모두 다 '감심'이 나인가. 모녀간의 대화와 행동이 그런 감심의 , 마음의 표현으로 독자에게 읽힌다.

 "김감심!"(재미난 이름이다) "피란 통 보릿고개 배 굶지 않고 넘겼다더니/ 인제 보니 그거다 엄마이름 덕이네 뭐, 미음이 한 그릇도 아니고 세 그릇이나 든 이름 가졌으니! 그 이름 김감심," 해학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시인의 발상이다.

 노년이 될수록 사랑받기를 기다리는 인생이 아니라 열심히 자기 삶을 사랑하며 도전하는 인생이 아름답고 감동을 준다. 

 요즘은 100세 시대, 고령화 시대, 어르신들의 인생 도전기가 회자되는 세상이다. 인생은 언제나 꿈을 실현하는 현재 진행형!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처럼,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우리는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 한다. 심으며 사랑해야 하리! 인생에서 남는 건 결국 사랑과 열정뿐이다.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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