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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축소 유감

칼럼니스트 이상문
금요칼럼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12일
↑↑ 칼럼니스트 이상문
세계에서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릴까? 삼성 모바일과 휸다이(HYUNDAI) 모터스를 얘기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리고 화려한 군무와 현란한 조명으로 치장한 한류라고 일컫는 아이돌 가수들도 얘기한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촛불혁명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성공한 국가, 핵을 무기로 들고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 때문에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서 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 분위기를 만든 나라로 인식한다. 그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5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고 전 세계에서도 드물게 우수한 문자를 가진 나라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동안 축적된 문화적 층위는 대단히 두껍고 어디를 내놔도 손색이 없는 경쟁력도 가졌다. 그런데 왜 우리의 문화는 세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아마도 전쟁 이후 먹고 사는 일에 급박한 나머지 경제발전에 올인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을 이뤘고 세계적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세계에 팔아먹는 일로 우리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제 세계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버티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중국은 일약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떠올랐고 우리가 우위를 가졌던 제품군들이 중국산에 밀리기 시작했다. 또 세계의 여러 신흥 국가들이 우리의 영역을 비집고 들어와 경쟁하고 위협한다. 기존의 프레임으로는 더 이상 세계시장에서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은 우리 민족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고 그 문화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에 집중하는 길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먼 나라로 여겨지는 이란에서는 대한민국을 이야기할 때 '양곰'으로 기억한다. '양곰'은 우리의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 장금을 일컫는다. 대장금은 이란에서 방송될 때 시청률 90%에 육박했다고 한다. 도대체 90%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대장금과 함께 우리 드라마 '주몽'도 그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대표적인 문화 한류의 예다. 대장금과 주몽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콘텐츠다.

 한때 경주 예술의전당이 세금 먹는 하마라고 해서 존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었다. 그리고 새로 취임한 경북도지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투입한 예산보다 수입이 절반밖에 되지 않아 규모와 조직을 축소할 계획을 세운다는 소식도 들린다. 안타까운 일이다. 문화라는 것이 거푸집에 쇳물을 부어 기계를 만들어내는 활동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얼마나 단순한 발상인가. 문화는 씨앗을 심고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아내면서 정성을 들일 때 비로소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선출직 단체장들은 당선된 직후부터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선거운동이다. 그러기 때문에 세금이 많이 투입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업들은 가장 먼저 칼로 도려낸다. 그것은 당연히 문화 분야가 가장 만만하다. 시민들도 문화의 효과는 피부에 즉각 다가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감하고 찬동한다.

 발상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가 유구한 문화적 저력을 가진 국가라는 것이 증명되고 세계인들이 인정해 줘야 우리 제품의 가치도 올라가고 관광객들도 몰려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끊임없이 우리의 문화를 밖으로 내보여야 한다. 문화의 아웃바운드는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외국인들이 차츰차츰 우리나라를 기웃거리는 인바운드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새 도지사가 그런 생각을 할 때 문화 전문가들은 왜 아무말도 못하고 방관만 하고 있는가. 도지사는 정치인이지 문화에 대해서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사 측근의 문화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지사의 그 같은 판단을 말려야 옳다. 경주으 세계문화엑스포는 대표 문화상품이다. 하루아침에 그 상품을 없애버린다는 것은 경주 문화에 대한 폄훼며 시민들의 자존심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그동안 먹고사는 일에 다급해 한 번도 제대로 알려보지 못한 찬란한 신라문화를 조금씩 세계에 알려 나가고자 하는데 그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경상북도의 검토는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행정도 정치도 문화의 바탕 위에서 발전할 수 있다. 부박한 문화환경 속에서는 어떤 성과를 내도 품격을 가지지 못한다.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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