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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

소설가 서유진
문화칼럼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8월 06일
↑↑ 소설가 서유진
나는 지금, 지난 칼럼인 '캉디드 읽는 정치가'와 '쫓겨난 캉디드'를 읽지 않았으면 이해할 수 없는 첫머리를 쓰려고 한다. 이런 서두를 쓰는 이유는 앞의 글을 읽어달라는 강렬한 바람 때문이다. 어쨌든 그 정치가가 네티즌에게 쓴 글과, 그의 행동을 따라가 보자.

 그는 넷심(네티즌의 마음)에 실망했다. 스나오(일본어로 순진한)라는 사람은 '운명의 강도에게 한쪽 손을 잃으면, 다른 쪽 손이 남아 있어 얼마나 다행이냐'고 그를 설득했다. 비관하기보다 낙관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 영혼의 평안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분노에 가까운 격한 감정이 끓어올라 정말 순진한 스나오에게 물었다. 

 ―그러면 다음에 또 찾아온 강도에게 손을 마저 잃게 되면, 손은 없어도 발이 있어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할 것인가요? 그러다 능욕을 당하고, 하나 남은 목숨까지 잃고 나면, 그 낙관이 인간에게 무슨 이익이 되나요? 스나오 님은 캉디드의 스승 같군요.

 ―그건 모르겠소. 캉디드가 어쨌다고요? 좀 쉽게 이해시켜 보세요. 한 바닥짜리 정치님의 글로는 도시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쫓겨난 캉디드가 어쨌다는 겁니까.

 ―아,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셨군요.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순진무구한 캉디드는 스승의 낙관주의에 점점 의혹을 느꼈단 말입니다. 작가 볼테르가 일부러 얼뜨기 같은 캉디드를 통해 도저히 낙관할 수 없는 사회와 종교와 인간 신념의 부조리를 점진적으로, 우회적으로, 비판합니다. 거기서 우리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줄거리를 요약해 달라는 다른 댓글이 날아와 그는 문서창을 열고 쫓겨난 캉디드의 그 후 줄거리를 쓰기 시작했다. 

 전쟁의 당사자는 오스트리아, 프랑스, 프로이센, 영국이었다. 볼테르는 권력적인 국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글을 쓸 수 없어 9세기경에 힘을 잃은 아바르 족과 불가리아 군대를 빌어 군대의 부조리와 전쟁의 참상을 폭로했다. 평생 동안 종교적 편협성과 광신에 맞서 투쟁한 볼테르의'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여기에 나오는 성직자는 전혀 성스럽지 않다. 카톨릭 고위 사제인 종교 재판소장은 캉디드의 연인 퀴네공드에게 잘 보여 정부로 맞이하려고, 유대인을 윽박지르고 화형식을 거행한다. 수도사는 퀴네공드의 보석과 돈을 훔치고, 예수회 신부들은 반란을 일으켜 원주민을 스페인에 맞서 싸우게 하고 그들의 비참한 생활을 외면하면서 저희들은 호의호식한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캉디드는 쫓기는 몸이 되어 신세계인 남아메리카로 도망가는데 거기에도 신분과 종교의 편견과 폐해는 여전했다. 노예제도까지 있었으니 캉디드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신세계에 실망하고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퀴네공드를 찾았는데 산전수전을 겪은 그녀는 추녀로 변해있었다.

 숱한 재난을 겪은 캉디드는 옛 잉카 제국에서 가져온 엄청나게 많은 다이아몬드로 행복하게 살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하도 사기를 많이 당해 재산이래야 작은 농가 한 채만 남았다. 퀴네공드와 결혼한 캉디드는 그의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한 사람들과 농가에서 살게 되었다. 아내와 노파는 심술 사나워졌고, 밭에서 종일 일하는 카캄보는 고단한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다. 스승 팡글로스는 독일의 대학에서 재능을 떨치지 못하는 것을 한탄했다.

 인간은 어디서나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굳게믿고 있는 철학자 마르틴만은 인내심을 갖고 모든 것을 감내했다. 그들은 귀양을 떠나는 성직자, 관료, 재판소장들을 보았다. 새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나면 역시 그들도 파직되어 귀양을 떠났다. 배에는 박제된 사람의 머리가 걸려있었다.

 그들은 삶에 권태를 느끼기 시작할 때 철학자 마르틴이 말했다. '인간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걱정과 번민 속에서 허우적거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권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스승 팡글로스는 모든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으니 그 주장을 고수할 밖에 없지만 '이제는 자신의 낙관론을 전혀 믿지 않는다'했다. 그들은 이슬람교 대사제가 교수형을 당하는 소식을 접하고 돌아오다 오렌지 나무 그늘에 앉아있는 한 노인을 만난다.

 노인이 이렇게 말했다. '일은 권태, 방탕, 궁핍이라는 3대 악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줍니다'캉디드가 노인의 팔자가 죽어간 왕들보다 낫다고 말하자 팡글로스는, 부귀영화란 매우 위험한 것이라며 비참한 최후를 맞은 왕들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알겠나? 왕들의 말로를! 하고 스승이 다그치자 캉디드는 대답했다.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헛된 공리공론은 집어치우고 일이나 합시다. 그것이 삶을 견뎌 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하고 마르틴이 일하기를 제안했다.

 모두가 자기의 재능대로 일하여 작은 땅에서 많은 소출이 생겼다. 흡족해진 팡글로스가 다시 자신의 낙관론을 늘어놓았다. 최선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건이 연계되었으니 캉디드 네가 쫓겨나지 않았다면 오늘이 없었을 것이라 하자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하고 캉디드가 준엄히 말한다.

 정치가는 땀을 흘리며 책의 줄거리 요약을 마쳤다. 깊은 심호흡이 흘러나왔다. 그 가슴에 비둘기 한 마리가 살포시 내려앉는 느낌이 들며 평화가 찾아왔다. '글은 내 밭에 뿌릴 작물이 아니야. 그보다 나는 지금 산재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만나 방안을 모색해야 해' 그는 무명작가가 한 말을 다시 새겨보았다. "저는 정치가도 마음이 숭고해야 하며, 인간의 마음을 깊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머리를 갸웃거리다가 빙긋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진정한 낙관의 의미를 몰랐을 게야.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8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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