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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로마가 아니다

칼럼니스트 이상문
금요칼럼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8월 09일
주낙영 경주시장이 경주를 '한국의 로마'로 만들겠다고 했다. 

매우 희망찬 각오며 부푼 기대다. 2천년의 도시 역사를 가진 경주가 그렇게 되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 로마는 로마대로 그 도시가 가진 성격이 있고 경주는 경주다운 도시의 정체성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잘만 가다듬고 다듬는다면 주 시장이 말한 '한국의 로마'라는 꿈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주 시장의 발언은 로마 같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뜻이 아니라 로마가 가지고 있는 위상을 갖추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경주가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얼마 전 경주시가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간 경주를 찾은 내국인 3천960명, 외국인 7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의 74.9%, 외국인 관광객 91.8%가 경주 여행에 대해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연 이 수치는 정확하고 객관적일까. 그리고 이 설문 결과를 두고 만족해도 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수기인 봄철 개화기와 가을철 단풍 시즌에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짜증부터 낸다.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어 놓지 않고 덮어놓고 경주를 찾아달라는 요구부터 하는 것은 기만이라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면서부터 막히는 차량 행렬과 시내에 진입해서 주차할 곳이 없어 빙빙 돌아다녀야 하는 수고부터 화가 난다. 다른 지역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한 음식도 없고 가족 단위로 숙박할 수 있는 숙소도 충분하게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화가 난다.

 거꾸로 생각한다면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불만스러운 일이지만 식당과 숙박업소를 경영하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비수기에 텅텅 빌 것이 분명한 업소를 무작정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 문제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미스터리로 남는다.

 결국 이 문제는 그동안 행정이 마스터플랜을 마련하지 않은 채 부분적인 개발에 급급한 결과 자초한 딜레마다. 꽃이 피는 경주와 단풍이 드는 신라 고도를 제외하고는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다면 관광도시로서 생명력이 길지 못하다. 그래서 숙박업소가 더 늘어나지 못하고 식당도 독특한 메뉴를 개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시사철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꾸준하고 관광객들이 경주에 머물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게 할 때 관광산업은 본격적인 활황을 맞게 된다. 그동안 경주는 하드웨어 구축에만 집중했고 시대적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했다. 주 시장이 경주를 '한국의 로마'로 만들겠다면 이 문제를 본격 고민해야 한다. 언제 와도 경주는 볼거리가 있고 즐길거리가 있어 최고의 도시라는 개념을 심을 필요가 있다.

 국제적 안목의 관광정책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입간판과 각종 안내표지판을 외국인들이 식별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주차장을 넓게 확보하고 도심이나 동부사적지와 같은 주요 포인트로는 전동 카트를 운행해 동선에 불편을 없애야 한다. 관광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함께 접목시켜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볼거리를 풍요롭게 해야 한다. 소상공인들이 비수기의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각종 지원을 늘려야 한다.

 경주시의 예산 대부분이 과거 유물과 유적 복원에 집중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예산을 현실성 있는 관광산업에 돌려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갖춘 인프라만으로도 제대로 포장하고 홍보만 해낸다면 관광객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 수 있다. 원도심은 도시재생을 통해 경주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살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꾸 엉뚱한 곳에 투자만 한다고 해서 '한국의 로마'가 되지 않는다.
 경주는 경주다. 로마와 같이 원형극장이 남아 있고 수백년 된 건축물이 남아 있지도 않다. 2천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 특유의 향취가 살아 있고 신라의 찬란한 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다. 그렇다면 경주다운 매력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이 적기다. 그동안 전임 시장들이 시험만 하다가 그쳤다면 주 시장은 이제 본격적인 실천에 옮길 수 있다. 머뭇거리면 또 세월만 보낸다. 국제적인 관광 트렌드에 맞는 경주의 새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8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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