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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의 정의(定義)

디지탈영상복원전문가 고영관
아침단상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9월 11일
↑↑ 디지탈영상복원전문가 고영관
법률이 정하여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가긴급권으로써의 계엄령은 비상계엄(非常戒嚴)과 경비계엄(警備戒嚴)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우선 '비상계엄'은 전시(戰時), 사변(事變)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 사회 질서가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곤란할 때 대통령이 선포하는 계엄이 있는데, 이 경우 계엄령 선포와 동시에 계엄 사령관은 계엄 지역 내의 모든 행정 사법 사무 전권을 가진다. 다음, 경비계엄(警備戒嚴)으로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로 말미암아 사회 질서가 교란되어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선포될 수 있는 계엄이며, 선포된 지역의 행정에 관한 사무는 군에서 장악하지만 일반 국민에 대한 재판은 군법 회의에 부칠 수 없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어느 경우이든,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며 국가가 전쟁에 준하는 매우 위급한 사태에 직면하였을 때 발동될 수 있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국가 운영 최후의 무서운 권한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오직 촛불 이외, 무기는커녕 솜방망이 하나도 든 사람이 없는 국민들의 평화적인 의사 표출이 과연 전시나 사변에 해당하는 국가 비상사태였다는 말인가? 동서고금을 통해, 군(軍)은 자국민과 전쟁하기 위해 만들어진 예가 없으며 오직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단체가 군이 아니던가? 군은 국내 치안 기관이 아니며 치안을 위해 따로 설치된 기관이 다름 아닌 경찰일 것이다. 물론, 지금 SNS 등을 통해 공개된 계엄수행계획서가, 대통령 탄핵이 파기되었을 경우, 더 큰 소요사태를 예상하고 대비한 것일 뿐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상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국민이 불신한 한 사람의 통치자를 보호하기 위한 친위 쿠데타 내지 사회 혼란을 기회로 한 군의 권력 장악 기도로 봐야 할 충분한 개연성도 있다는 점에서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체포계획까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인데, 국회를 굳이 영어로 표기해보면, National Assembly 즉, 국가 구성 혹은 조립으로 직역될 수 있는데, 각 지역 국민들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는 국가 계엄 시에조차도 그 기능이 정지될 수 없는 국가 존립 그 자체로, 그 어디를 뒤져도 군이 국회마저 정지시킬 수 있는 합당한 법률적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즉, 위 계엄 시에 군(軍)은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하여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곤란할 때' 로 명시되어 있는데, 다시 말하면, 계엄 시에 대통령 령(令)에 의하여, 군에게 위임되는 권한은 사법권과 행정권이며 입법권까지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군 계획서에는 국회의원 체포를 포함한 국회 기능 무력화 계획이 매우 구체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한 군 작전 계획이 아니라 국가 전복을 위한 쿠데타 계획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얘기다. 여기서, 또 오직 국가 전복이 아닌 단순히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친위 쿠데타 계획 이었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겠지만, 군의 임무는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를 지키는 데 있는 것이지 특정 권력자를 지키기 위한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그 친위 쿠데타마저도 다수 국민에 대한 중대한 배임 내지 내란 범죄 행위라 아니 할 수 없을 것 같다.

 까마득한 옛날 전제군주 시대에도 정치는 문민정치가 기본이었으며 무신(武臣)정치의 폐단은 여기 재론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21세기 민주주의 문명국에서 반정부 쿠데타가 아니라 친위 쿠데타인들 국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려 했다는 점에서 무엇이 다를 것이며, 이게 과연 용인될 수 있는 일일까? 그런데 나는 반정부 쿠데타 보다 그 친위 쿠데타가 더 두렵다. 왜냐하면, 대개의 반정부 쿠데타는 정부나 위정자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군이 국민들의 편에서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경우가 많았지만, 친위 쿠데타는 대부분이 국민들로 부터 불신 받은 위정자를 보호하기 위해 군이 국민들을 적으로 하는 경우가 더 흔했기 때문이다.
경북신문 기자 / 입력 : 2018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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