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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의 발언과 보살행

칼럼니스트 이상문
금요칼럼

경북신문 기자 / kua348@naver.com입력 : 2018년 09월 13일
↑↑ 칼럼니스트 이상문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다. 이 그룹은 지난 1999년 영어 강사 출신인 마윈이 '알리바바닷컴'을 개설하며 시작됐으며 현재 알리바바를 통해 이뤄지는 거래는 중국 GDP의 2%에 이를 정도로 중국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2015년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절 세일에서 알리바바는 그날 하루 912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6조 5천억원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 거대한 기업을 일궈낸 마윈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윈은 영어공부만은 꾸준하게 했고 훗날 어느 대학의 영어강사로 취업해 월급 91위안, 우리 돈 1만 5천원을 받았다. 불과 20여 년 전의 일이다. 입대도 거부당하고 경찰모집에서도 떨어졌으며, KFC와 호텔 입사 시험에도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마윈은 1992년 31살 나이에 중국 최초의 인터넷 기업으로 평가받는 통역회사 하이보를 차렸다. 영어 실력만 있고 경영 경험이 부족했던 마윈이 첫 창업에서 성공했을 리가 없다. 무리한 사무실 운영과 회계직원의 횡령 등으로 실패했다. 이후 마윈은 미국에서 인터넷을 접하고 인터넷 불모지인 중국에서 1995년 인터넷 관련 기업을 창업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마윈은 다시 도전했다. 1999년 B2B 사이트인 알리바바닷컴을 개설한 것이다. 창업 이후에도 위기는 계속됐다. 알리바바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은 꿈이 있었고 이를 위해 미국에서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해 40여 곳의 회사를 찾아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2014년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후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를 잇는 IT 업계 4위 기업이 됐다.

 마윈이 지난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막된 제4회 동방경제포럼의 기업가 원탁회의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마 회장을 본 푸틴은 회의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저기 앉아서 러시아 간식을 먹고 있는 젊은이, 마윈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이렇게 젊은 데 왜 은퇴하냐"고 물었다. 마윈은 자신의 생일인 지난 10일에 알리바바 창립 20주년이 되는 내년 9월 10일 이사회 주석직(회장)에서 내려온다고 밝혔다.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푸틴의 질문에 마윈은 "대통령님, 저는 젊지 않다. 어제 러시아에서 54세 생일을 보냈다. 창업한 지 19년이 됐고 일도 많이 했다. 그러나 더 좋아하는 일들, 예를 들면 교육이나 자선 사업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월급 91위안을 받았던 영어강사 시절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는 알리바바를 창업한 것이고 사무실이 아닌 해변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마윈의 발언은 매우 강한 울림이 온다.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를 숙고하게 한다. 마윈 정도라면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거의 같은 반열에 올릴만한 전자업계의 선구자로 통하고 그가 가진 재산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그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91위안의 월급을 받던 가난한 강사 시절이라고 했다. 그리고 교육과 자선 사업을 펼치겠다고 다음 행보를 밝힌 것은 우리가 유심히 들어야 할 대목이다.

 물론 마윈의 경우와 우리 서민들의 삶은 다를 수 있다. 그는 이미 자신의 목표를 충분히 성취했고 많은 돈과 명예를 얻었다. 애초 자신이 설정했던 목표치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이뤘을 것이다. 그런 그의 발언은 '가진 자의 여유'로 들릴 수도 있다. 서민들은 언감생심 상상도 할 수 없는 위치의 마윈이 한 발언은 현실감이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가보지 못한 길을 걸었던 사람이 택하는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마윈의 발언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이란 명예도 부도 아닌 '베풂'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이타행(利他行)도 결국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끝없는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들은 자신의 깨달음에만 집중한 나머지 타인의 고통을 살피지 않았다. 하지만 보살은 자신의 깨달음에 이르는 한 단계를 남겨두고 타인의 고통을 함께했다. 보살을 아라한보다 더 존중하는 이유다. 마윈의 발언은 교육과 봉사를 통한 삶을 실천할 때 인류가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경북신문 기자 / kua348@naver.com입력 : 2018년 0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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