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와 도시, 기업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아무런 특징 없는 개인이나 국가는 어느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 모든 사물과 인격체, 국가와 단체는 고유한 개성이 있고 매력이 있다. 이것을 극대화할 경우에는 모두가 주목하며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분명하게 인식하면서도 실천해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가는 것을 모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복제하는 수준이어서 변별력이 없고 경쟁력마저 확보하지 못한다. 다른 존재가 상상할 수 없는 특유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아내고 그것을 신장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도드라진다.  도시의 가치는 정체성을 제대로 정립할 때 빛을 발한다.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은 분명하게 존재하며 그것을 제대로 가꾸고 알릴 때 그 도시의 경쟁력은 높아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 대부분은 그 평범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다소 앞서간다는 도시 조차도 선진국의 한 도시를 모델로 삼아 그것을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마치 그것이 엄청난 성과물인양 선전해 대지만 아무도 주목해주지 않는다. 설령 잠시 실레다가도 금방 질려버린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분위기와 문화에 실망하고 다시는 그 도시를 찾지 않는다. 이 현상은 관광도시에 더 심각하게 작용한다.  개별 도시의 정체성을 제대로 구현해 둔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돼 은둔의 국가로 알려졌던 라오스는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관광국가로 성장했다. 그 국가는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인들이 주목하지 않았고 원시림과 빈한한 국민들이 독자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뉴욕타임스가 자연 그대로의 라오스가 여행하기 가장 좋은 국가라고 소개하면서 여행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러나 라오스는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이면서 그들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았다. 그 나라가 갖고 있는 민족적 정서와 문화 예술, 자연과 유적을 아무런 포장 없이 그대로 소개했다. 다만 관광객들이 머물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인프라만 깔았다. 그것이 주효해 사람들은 오지 중의 오지로 분류되는 라오스로 몰려가는 것이다.  라오스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는 3개 도시다. 수도 비엔티안과 고도 루앙프라방, 자연속에 묻힌 방비엥이 그곳이다. 라오스를 찾는 여행자들은 대개 그 3개 도시를 집중적으로 찾는다. 라오스는 그 3개 도시를 각각 다른 개성으로 유지하고 있다. 도시의 원형을 손대지 않고 각각의 도시가 갖고 있는 정체성을 최대한 부각했다.  라오스의 관문도시인 비엔티안은 문화와 예술, 정치와 경제중심으로 차츰차츰 발전하고 있다. 주위 국가인 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문화를 간직하면서 라오스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맞고 있고 루앙프라방은 고도답게 역사적인 유적과 고산족들의 삶을 변형하지 않고 내보여 이색적인 관광을 즐기게 했다. 방비엥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이용해 젊은 여행자들이 어드벤처 투어를 즐기기에 최적화 했다. 라오스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짧은 시간에 전혀 다른 정체성의 3 도시를 방문해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대한민국의 관광도시를 살펴보자. 어디에 그 개성을 찾을 수 있는가. 제주도가 급속도로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한 사례는 성공적이다. 섬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자연과 어우러진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중국인들이 탄복하게 만들었다. 그 외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가 힘들다. 경주와 안동, 영주와 울진, 어느 한 곳도 그 도시만의 개성을 완벽하게 재현한 곳이 없다. 그 도시가 갖고 있는 콘텐츠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한 채 말로만 글로벌 관광도시를 외치고 있다. 연간 관광객 숫자를 놓고 비교해 보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라오스의 루앙프라방과 경주를 단순 비교해 봐도 금방 결판이 난다.  경주는 경주다운 신라천년 고대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찾아야 하고 안동과 영주는 선비도시로서의 개성을 물씬 풍기게 꾸며야 한다. 모든 관광의 초점이 그 도시가 갖는 고유의 매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경주에서 본 것을 안동과 영주에서도 볼 수 있다면 경쟁력은 없다. 도대체 그 변별력을 어디서 찾아야할지 모른다고 하는 종사자와 행정 당국의 맹목도 문제다. 한 걸음 더 깊이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위해 깊고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즐겨찾기+ 최종편집:2020-09-20 오전 10:54:37 회원가입기사쓰기구독신청지면보기전체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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