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 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피천득, `이 순간`   글을 이렇게 쉽고도 담백하게 쓰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다니! 참 아름다운 시다.   젊은 시절 내가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전율이, 그 감동의 순간이 떠오른다.   피천득 선생은 내가 좋아하는 수필가요 시인이다   문학의 가장 위대한 기능 중의 하나는 문학이 우리의 삶을 위로해 준다는 것이다.   모든 삶은 `이 순간`의 연속이다. 이 사소한 순간, 내가 숨을 쉬고 살아 있다는 것! 내가 사랑하고 책을 읽고, 아침마다 걸을 수 있다는 것, 생각하면 사소한일 같지만, 기적 같은 어마아마한 일이 아닌가.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제 9교향곡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 그리고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임이 틀림없다.   우리 삶은 너무나 짧은 여행이다. 이 소중하고 짧은 여행을 남을 욕하고 시샘하고 남과 다투며 보낸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얼마 안가면 곧 내가 내릴 정거장이 닥아 온다. 당신과 함께 하는 여행도 곧 끝날 것이다. 언젠가 우리는 모두 떠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완벽함이나 어떤 불멸도 아니다. 사소한일에 당신이 화를 내거나 마음을 무너뜨릴 필요는 전혀 없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이 순간을, 매 순간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내 삶을 사랑할 일이다. 봄날의 둑길에 핀 저 풀꽃들도 그것을 안다. 나무위의 눈 맑은 저 어린 새도 그것을 안다.
즐겨찾기+ 최종편집:2020-09-21 오전 09:11:33 회원가입기사쓰기구독신청지면보기전체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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