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love를, 붓다는 자비(慈悲)를 설파했다. 동음이의어가 있듯이 이음동의어도 있다. 러브와 자비가 바로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라 할 수 있겠는데, 그 외에도 나는 성경과 불경에서 유신(有神)과 무신(無神)을 제외하면 그 두 종교의 기본 교리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붓다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 했으며, 예수는 이웃을 사랑하라 가르친다. 동서고금을 통해 `사랑`만큼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 단어도 없겠지만,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진 아름다운 어감은 고사하고 천박함마저 느껴지는 것이 오늘이 아닌지 모르겠다.  종교계는 사랑과 자비를 설파하며, 정치인들은 애민정신을 강조하며, 부모는 자식에 대한 숭고한 사랑을 얘기하고, 더구나 남녀가 만나면 헤일 수도 없이 많은 사랑 이야기를 만든다. 그러니까 대중가요의 가사에도 `사랑`이라는 단어는 약방문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인데, 사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지독한 이기심의 자기합리화 내지 감정 미화가 아닐는지?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래 중에 가장 계산적이며 이기적인 행위라 할 수도 있겠는데, 그 이유인즉, 양쪽이 공히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거래가 아니라, 애시당초 하나를 주고 열을 받아내려는 거래를 하려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녀관계는 반드시 큰 실망이 이미 예고된 거래이기에, 그 예후(豫後)가 좋은 경우는 흔치 않아 보인다.  내가 단언하지만, 남녀관계를 만일 문화나 관습, 윤리나 법률 따위로 행위에 따른 책임을 강제하지 않았다면, 대다수의 남녀관계는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하나를 받고 열을 주는 거래는 절대로 지속될 수 없는 불합리한 거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도 불공정한 거래를 성사시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또 모든 사기술(詐欺術)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기를 치려다가 사기를 당했다고 분개한다.  성경고전 13장 4절에 걸쳐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로 시작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사랑은 오래 참지 못하는 것이며, 온유하지 아니하고 불같이 강렬한 것이며, 인간에게 사랑만큼 시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감정도 없을 것 같다. 사랑에 수반되는 행위들을 반드시 추악하게만 묘사할 수는 없더라도, 그렇게나 아름다운 행위라면, 왜 모두들 수치심을 느끼며 감추려 드는 것일까? 모든 것을 다 나눌 수 있을 만큼 친한 친구라도, 연인이나 배우자를 공유한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는가? 그와 같이 사랑이란 인간이 가지는 감정 중에 가장 강한 독점욕을 들어내는 배타적 감정이며 또한 가장 위선적인 심리상태에 놓여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생식본능의 발로이자, 쾌락을 향한 집착을 혹시 사랑이란 단어로 포장하지는 않았는가? 사랑은 주는 것이라 하지만, 사랑은 빼앗으려는 욕심이다. 더구나 남녀 간의 사랑에는 가학적인 요소까지 다분하여, 사랑이 금방 증오로 바뀌기도 한다.  애(愛)와 증(憎)은 본래 같은 뿌리에서 싹을 틔우는 한 종자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어느 한 쪽 만을 취하거나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증`을 버리려면 `애`도 함께 버릴 수밖에 없음이니, 일찍이 사랑하는 사람도 두지 말고 미운 사람도 두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예수나 붓다가 말하는 러브와 자비는 그 대상이 인간인가 동물인가에 의미를 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단지 대상에 대한 집착을 거두라는 역설일 수가 있다.  이웃을 핍박하지 않는 것만큼 큰 사랑은 없는 것이며, 모든 생명에게 해하지 않는 것만큼 큰 자비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집착하여 무언가를 기대하며 많은 것을 요구하고 무언가를 빼앗으려 들면서 그것을 사랑이라 하는가?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는 것은 우물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함일 뿐인데,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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