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국문학자가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논거한 말 가운데 우리 백성은 분명 나라 한(韓)자인 한민족(韓民族)이다. 그런 반면 쓰라린 울분이 많은 한이 될 한(恨)자로 한민족(恨民族)이라 부르는 사정이 있다고 한다.  전쟁의 고통과 가난에 짓눌려 어렵게 살았던 시절은 한의 아픔이 가슴을 따갑게 했다. 그래서 좋은 일, 궂은 일에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해소하는 습성이 생각과 마음을 `푸는 것`이다.  한풀이, 화풀이, 살풀이, 뒤풀이, 댕기풀이, 심심풀이-`풀이`는 활기나 기세를 약화시키는 것이기도 하고, 기운을 북돋우는 활력소 역할도 감당하는 것이다. 한(恨)은 뉘우친다는 뜻도 있지만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향한 마음이며, 자기 내부에 쌓여가는 감정에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정감이다.   때로는 이것이 나를 향한 원망인지, 남을 향한 원성인지 분간할 길이 없는 감정이다. 한으로 인하여 나 자신을 파악하는 적극적인 절망의 힘도 없고, 너(대상)를 향해 도전해 가는 능동적인 비판력도 또한 없다. 그것은 다만 체념해 버리는 분노, 단념해 버리는 슬픔이다. 또 관계하지 않으려 할 때 비로소 생각나는 일종의 현실의식이기도 하다.  시인 한용운의 `두견새` 시집에, "이별한 한이야 너뿐이랴마는/ 울려해도 울지 못하는 나는/ 두견새 못 된 한을 또다시 어찌하리. 실컷 울고, 웃으면 마음이 편한한 것도 한이다.   박재삼의 문집에, "모처럼 고향 온 셈치고/ 임의 피리 불던 솜씨가/ 이 밤에 되살아/ 눈감기듯 내 목숨에/ 닿아나 줬으면/ 풀리겠네 한이 풀리겠네. 한이 쌓이면 원망과 원한으로 번진다. 원망은 남이 한일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여기어 남을 탓하거나 불평을 가지고 미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원한은 원망스럽고 한이 되는 생각이다. 성격에 따라 사람의 성질이 다르지만, 스스로 즐길 줄 모르는 사람들은 때때로 남을 원망하는 일이 잦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애정은 생리적으로 강하고 미움은 약하다. 남을 원망하면 피는 나쁜 상태에 놓이고 음식 맛까지 잃는다. 건강을 위해서 원망하는 감정에 머물지 마라. 순조로운 혈액순환, 맑은 공기, 적당한 온도 이것들을 모두 사랑의 표현이 갖는 마음의 온도계이다.  이처럼 한과 원망이 쌓이면 불행과 슬픔이 다가온다. 희극보다 비극을 더 좋아하는 우리 국민의 성품은 너그럽고, 인자하며 잘 참는 인성 좋은 국민이다. 세계 어느 민족보다 인정이 많고 순하고 착한 민족이다. 그러면서도 슬픔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갖는 편이다. 슬픔에도 두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덜 수 있는 슬픔이고, 또 하나는 덜 수 없는 슬픔이다. 슬픔은 서럽거나 불쌍하여 마음이 괴롭고 답답한 심정의 느낌이다. 슬픔은 지식이라 한다. 많이 아는 지식인이 괴로운 일에 언제나 앞장선다. 기쁨처럼 슬픔에도 말이 적다. 만나고, 알게 되고, 사랑하고, 그리고 헤어져 버리는 것이 많은 사연 중에 인간이 겪는 슬픔의 역사다.  그리고 즐거움과 슬픔은 오늘과 내일의 관계처럼 변득스럽다. 웃고 우는 것이 인생이며 희노애락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운명이다. 슬픔이 있는 곳에는 눈물이 있고, 또한 눈물은 슬픔의 말없는 언어라 한다. 문학인 로렌스는, "지상의 모든 언어 중에서 최고 발언자는 눈물이다. 눈물은 위대한 통역관"이라 했다.  눈에 눈물이 없었다면 마음에 무지개가 피지 못했을 것이다. 눈물은 탄식이며 동시에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이 서린 답답한 가슴에 끓는 분노- 인간의 마지막 웅변술이다.   때로는 외로움은 사치요, 괴로움은 병(病)이란 말도 있지만 화병은 그 원인과 근거가 울화에서 오는 것이다. 울화(통)은 속이 답답하여 나는 마음속의 병 심화이다. 의학자의 말로 화병은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썩이는 우리가 만든 병이라 한다. 바탕은 북받치는 역정이나 싫증에서 오는 `짜증`이 그 발단이다. 매사에 생각이 깊은 데서 생기며, 화를 참지 못해 화(재앙과 악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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