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광복 75년. 일제 통치에서 해방된 날과 잃어버렸던 나라를 다시 세운 날을 동시에 축하하는 광복절에 국민은 또 두 갈래로 찢겼다. 필자는 몇 년 전에 한국철도공사의 주선으로 강원도 동해(묵호항)에서 페리호를 타고 소련 땅 블라디보스톡으로 간 일정이 생겼다. 오후 3시에 출항하여 다음날 오전 11시경에 사할린의 접근지에 순방이 시작되었다.  안중근 의사의 애국의 길을 따라 곳곳에 잔해하고 있는 우리 선조들의 거룩한 발자취에 모두가 숙연함을 느끼고 무거운 오후가 되어 피곤했다. 일제의 수탈에 배를 곯던 가족과 고향을 뒤로하고 끌려가야 했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780만 명.  푸르고 싱싱한 스무 살 안팎 조선의 청춘들은 암울했던 한국현대사의 어둠을 지나며 죽거나 다치거나 살아서 돌아왔다. 그리고 75년이 흘렀다. 겨우 걸음마를 떼던 돌잡이 아들이, 어머니 배 속에서 유복자로 태어나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그리며 살아온 딸이 이제는 백발이 휘날리는 노년이 돼 늙어간다.  아버지 없이 살아내야 했던 유가족들의 가족사 75년 세월. 만날 수 없던 아버지의 빈자리를 살아야 했던 그들에겐 통절한 고난. 마침내 이룩한 인간 승리의 장엄함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버지의 유해를 먼 해외에서 모셔오고 유가족 배상운동에 몸 바쳐 싸웠지만 노년에 찾아온 건 빈손의 가난뿐. `위안부 할머니에게도 딸은 있습니다`라는 책자에 눈물로 얼룩진 뒤엉킨 회상도 많았다. 아버지가 쓰러져간 남양제도의 망망한 바다에 꽃을 바치는 그들의 주름진 얼굴은 우리 역사의 거울이었다.  동토의 땅 사할린 섬은 일본 북해도 북쪽에 위치한 동해의 끝자락으로 일본인들은 `가라후토`라 부른다. 러시아 소수민족 중 최대 인구로 제2차 세계대전이 있을 당시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다. 말도 통하지 아니하고 풍습도 기후도 다른 낯선 이국에서 주로 탄광과 군수공장에서 혹사당하다가 종전을 맞이했다.   귀국의 길이 막혀 공산체제하에 살면서 한때 고국송환이 단절되었던 한 많은 우리 민족, 우리 가족이다. 기막힌 하소연을 듣다 다시 블라디보스톡으로 옮겨왔다. 집집마다 창틀에 매달린 우리나라 제품 `엘지에어컨`과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한글 안내판이 선명한 한국산 중고품 시내버스가 러시아 시가지를 누비고 있었다.  혼자서 애국지사들의 활동 지역을 답사하고픈 결심으로 블라디보스톡 기차 정거장을 찾았다. 뜻밖에 경의로운 감동의 현장이 우리 국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럽으로 가는 국제선 기차의 시발점, 표석을 보는 찰나, 가슴이 뭉클거리는 순간은 억제키 어려웠다.  안중근 의사와 그 밖에 수많은 독립을 갈망하는 애국지사의 이름과 함께 고국을 떠나 이국땅에서 활동한 지역들이 우리글 한글로 상세히 적은-역사서를 만난 듯 나의 몸가짐이 우쭐했다. 황해도 해주 태생의 안 의사는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일본의 처사에 분격하여 의병에 참가하여 지사의 뜻을 굽히지 않고 만주 하르빈 역두에서 통감 이등박문을 사살하여 이듬해 3월(1910년) 여순감옥에서 처형당했다. 항일독립투사다.   그분이 걸어온 애국의 길은 너무나 멀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9.288키로-2만4천리길-그곳의 기차로 밤낮 달려도 13일이 소요되는 이수다. 대한민국은 독립기념일 자랑거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2차 대전 후 식민지배에서 해방돼 건국한 나라 중에 유일하게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루었다. 우리 국민은 독립기념일에 과거와 현재를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광복절 자축은 현대사를 성공시킨 우리 국민의 권리다. 1909년 안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전언-`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다시 만나기를 바라지 않으니, 선량한 하나님의 아들이 되어 다시 세상에 나오너라` 금년 2020년은 안중근 의사의 순국 110년의 해이다.
즐겨찾기+ 최종편집:2020-10-01 오후 06:15:40 회원가입기사쓰기구독신청지면보기전체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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