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차가운 북풍에 눈이 휘날린다. 바람에 흩날 려 눈송이가 대각선을 그리며 내린다. 비록 함박눈은 아니지만 하염없이 눈이 내려 소리 없이 온 누리에 소복소복 쌓인다.  산속의 등산로는 이미 눈에 덮여 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등산로에 발자국을 남기며 가다 보면 문득 길이 없어져 `길을 잃고 헤매는 사슴 한 마리` 처럼 미로 속을 이리저리 헤매게 마련이다.  처음에 오를 때는 눈이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미끄럽지도 않았는데, 정상을 향하여 위로 올라갈수록 눈은 많이 쌓여 있고 매우 미끄러웠다.이제는 아이젠 없이 걷기가 힘들어 할 수 없이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 등산화에 착용하였다.  오래간만에 아이젠을 차본 까닭에 아이젠이 자꾸 풀어진다. 걷다 보니 한쪽의 아이젠이 없어졌다. 아래를 찾아보니 눈 속에 아이젠이 숨어 있었다. 다시 아이젠 을 차고 걸어 올라가는데 자꾸만 발이 조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앉아서 아이젠을 천천히 살펴보니 연결고리의 짧은 쪽에 S자가, 긴 쪽에 L자가 쓰여 있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올바르게 착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어 고쳐 매니 발도 조이지 않았고 벗겨지지도 않았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구멍에 실을 꿰어야 한다`는 속담과 같이 무엇이든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름다운 설산(雪山)에서 다시금 깨달았다.   하얀 눈꽃이 만발한 산/환상의 백색 천국이다/하얀 눈까지 솔솔 뿌려/황홀한 눈꽃 세상이다//가쁜 숨 몰아쉬며 설산雪山에 오르니/설화雪花를 머리에 인 산죽山竹이/먼 길 달려온 우리를/화안한 미소로 맞이한다//재를 지나 정상까지/꽃 중의 꽃 서리꽃이/화사하게 치장하고/마음을 송두리째 빼앗는다//가지가지마다 활짝 핀 서리꽃/영락없는 사슴뿔이고/눈 녹아 얼어 버린 얼음꽃/수정처럼 반짝반짝인다//하얀 서리꽃으로 수놓은/면사포를 쓴 작은 나무/바닷속 산호초를/산에 옮겨 놓은 듯하다//바위에 핀 서리꽃/나뭇가지마다 핀 서리꽃/함께 어우러져/무아지경無我之境이다//뉘라서 이토록/화려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현란한 조각을 만들 수 있으랴/자연이 빚어낸 이 황홀한 비경/지상으로 잠시 내려온/천국의 모습이다//눈부시게 하얀/눈의 천국을 걸으며/눈꽃에 흠뻑 취한/신선과 선녀들/하얀 미소 지으며/하얀 마음이 된다 -권오중, `환상의 눈꽃여행`   산 위로 오를수록 설경은 점점 더 아름다워져 필설(筆舌)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환상의 극치를 이루었다. 산수화의 대가가 그린 동양화인들 이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천국이 따로 있나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지고지순(至高至純)한 순백 의 하얀 천국이다.  진흙탕 속에서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세상사 이야기도, 세사의 근심.걱정도 아무것도 없는 고요한 은백색의 천국이었다. 자연의 넓은 품속에 그것도 하이얀 눈 이불 속에 안기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지고 평화로워지는 것 같다.  특히 나뭇가지나 솔잎 위에 핀 설화(雪花)는 정말로 아름답다. 눈이 쌓여 핀 설화보다 습기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서리꽃(상고대)은 정말로 환상적이다. 아~ 하고 탄성이 저절로 나오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눈을 이렇게 실컷 맞으며 하얀 눈사람이 되어 산속을 걷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데 기막힌 행운을 얻은 것이다.  이윽고 산 정상에 올라 눈밭에 둘러앉아 설경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을 들이 키니 그 맛이 정말 기가 막히다. 카~ 하는 소리가 저절로 입에서 나온다.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이태백인들 안 부럽다. 신선이 어디 따로 있나! 지금 이 순간 내가 바로 신선이다.  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의 모습처럼 순백의 화사한 겨울 산의 아름다움을 음미하 며, 눈이 부시도록 하얀 눈 이불 속을 하염없이 걷는 설산(雪山)의 진미(眞味)! 이 진미를 나 혼자 맛보고 즐기기에는 너무나 아쉬워 "벗이여! 꿈 깨어 내게 오라" 는 노래가 절로 나왔다.
즐겨찾기+ 최종편집:2021-01-23 오전 10:15:16 회원가입기사쓰기구독신청지면보기전체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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