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 된 일이다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애틋이 숨어있는 쓸쓸한 아름다움하마터면 모를 뻔했지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은거기 항상 기다리고 있거니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 하듯이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하마터면 모를 뻔했지 -허영자, `완행열차` 어쩔 수 없이 새해 들어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니 허벅지, 종아리에 근육이 더 빠진 걸 실감 한다.  책을 조금만 읽어도 눈이 침침해져 늙어 가는 내 모습에 쓸쓸해 진다 내 몸은 오늘도 속절없는 급행열차처럼 생의 종착지로 총알처럼 달리고 있다.   마음은 완행열차처럼 느릿느릿 가고 싶은데…  허영자 시인의 시, `완행열차`는 정신없이 쫓기듯 사는 현대인의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시다. 첫 행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 된 일이다" 얼마나 여유있는 깨달음인가.   급행열차를 탈려다가 놓친 것을 오히려 `잘 됐다`고 담담해하는 넉넉한 그 마음, 시인의 마음이다. 필자도 여행을 갈 때, 가능하면 요즈음도 완행열차를 탄다.  서두름 없는 생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다.  완행열차를 타면 잘 보이지 않던 새로운 사소한 사실들이 발견된다.  시의 화자처럼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이 주는 한가한 삶의 태도에서 느림의 미학을 느끼기도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에서 애틋이 숨어 있는 자연이 주는 쓸쓸함의 미학을 발견하기도 한다.  `서두름 없는 생의 기쁨!`을 "하마터면 모를 뻔"해서는 안 된다, "아주 천천히 옷감을 누비듯" 느림의 기쁨을 씹어봐야 한다.  이제 젊을 때처럼 헛되이 세월을 보낼 수 없다. 어리석은 생각과 어리석은 판단으로 뼈 아픈 후회를 해서도 안 된다. 부질없는 욕망도 버려야 한다.  날 풀리면 동해바다도 구경 할 겸 마음 맞는 친구와 감은사 절터나 구경 가야겠다.
즐겨찾기+ 최종편집:2021-03-08 오전 11:07:24 회원가입기사쓰기구독신청지면보기전체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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