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면 각자가 타고난 운명과 팔자가 따로 있다고 선현들로부터 많이 들어온 얘기다. 여기서 운명이란 사람의 존망(존속과 멸망)이나 생사에 관한 처지(형편)를 말하고, 팔자란 사람의 한 평생의 운수를 가리킨다. 때로는 운수라 해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천운과 기수가 있다는 것이다. 천운이란 하늘이 정한 운명인 천수이고, 기수는 저절로 오고 가고 한다는 길흉화복의 운수를 말한다.  종교를 가지고 투철한 신앙심으로 모든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사람은 아주 다행한 운수를 가진 것을 감사와 축복으로 생각한다. 세상을 희망적인 삶을 누리며 편안하게 살 것을 바라고 살며 행운을 소유하는 것이 인간의 공통된 소망이지만 무시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그렇다고 운명이 인간을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들지 않는다. 다만 조건과 씨앗을 우리에게 제공할 뿐이다. 그래서 운명은 용기 있는 자를 사랑한다는 말도 생겨났다. 가장 보편적인 말로 사람은 제각기 자기 운명을 목에 걸고 산다고 한다. 어쨌든 사람의 운명은 잠들고 있는 동안에 찾아온다는 인식을 체념하고 사는 경우가 지배적이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운명의 여신으로부터 은총을 입고 있는 순간에도 신의 노여움을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는 두려움도 역시 함께 가진다. 사람은 원치 않는 찰나에 운명을 피하려고 비켜간 길에서 종종 얄궂은 사건을 만나는 때가 생긴다. 한 철학자의 운명론에, "빛이 물체의 모습을 드러나게 하는 것처럼 인간의 미덕과 악덕을 드러나게 한다는 것"이다. 불가사의한 것은, 우리의 운명에 인간의 몸을 맡길 수는 있어도, 그것에 관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운명이라는 실을 꼴 수는 있어도 그 실을 자를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시인 릴케의 시(詩)에, `인간은 운명을 피하면서 그것을 동경하며 인간 스스로가 운명은 자기의 손아귀에 있음을 믿는다` 운수는 카드를 섞고, 승부는 우리가 하는 꼴이다. 그래서 바람과 같아, 평범한 길에서 쉽게 넘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천하장사 항우도 댕댕이풀(소먹이 풀)에 넘어진다고 한다.  인생 나이 100세를 일생이라 한다면 좋은 시절과 반짝의 기회가 항상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 때를 가리켜 `운명의 시간`이라 해서 절호의 기회라 한다. 소설과 이무영의 `사랑의 화첩`이란 책에, "이 세상에는 우연이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갑과 을이 서로 뜻하지 않는 지점에서 서로 딱 마주친 것을 우연이라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연이 아니다. 그것도 필연적인 것이다. 갑은 갑 대로 그날 그 시각에 그 자리에 꼭 가야만 할 일이 있었다기 보다는 가지 않으면 안 될 사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갑과 을은 제각기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흔히 말하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운명에는 우연이 없다. 인간은 어떤 운명을 만나기 전에 벌써 제 스스로 그것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영국 속담에, 운명은 수레바퀴와 같이 돈다. 오늘은 그 위에 있는가 하면 내일은 그 밑에 있다.  한자에 운수란 말의 줄인 말이 운(運)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죽는 것을 당하기 전에는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 운은 그 날을 한도로 끝나는 것이다. 운은 우리들로부터 재산(부)를 빼앗을 수는 있지만, 용기를 빼앗을 수는 없다. 운, 불운은 칼과 같다고 한다. 그 칼을 쥐느냐, 칼자루를 쥐느냐에 따라 우리들에게 상처를 입히든가 쓸모가 있든가 하게 한다.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우리말 격언에도, `홍두깨에 꽃이 핀다`는 말은 가난하고 빈궁하던 사람이 좋은 운을 만났을 때와 같은 경우를 말하고, `선반에서 떨어진 떡`은, 재수가 좋아 힘들지 않고 일이 잘 된다는 뜻이다. 사람의 일생을 지배하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운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요행만 바라고 산다는 것도 요사스런 일이다.  주어진 운명이란 예측할 수 없는 것. 천국도 힘쓰는 자에게 침노 당한다는 말처럼 사람은 지혜를 모아 노력하고, 개선하면 하나님은 그 성패를 가른다는 속담이 있다는 말에 운수를 맡기자.
즐겨찾기+ 최종편집:2021-03-05 오전 09:45:23 회원가입기사쓰기구독신청지면보기전체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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