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는 인간들의 오만에 분노한 신(神)은 인간들에게 언어를 번잡케 하는 저주를 내렸다고 창세기에 적혀있다.  옛 말과 요즘 말이 다르듯이, 언어란 지역에 따라 다를 뿐만 아니라, 같은 나라 같은 지역의 말이라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여 사어(死語)와 신조어(新造語)가 생기게 마련이다.   우랄알타이어에 속하는 한국어는 형용사가 잘 발달된 언어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물론 어떤 언어이든 간에, 그 나라의 말이 다른 나라의 말로 번역될 때, 특정 단어가 가지는 미묘한 어감(語感)까지를 모두 전달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말 중에는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단어, 특히 기발한 형용사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  굳이 예를 들자면 적색(赤色)을 표현함에 있어, 빨간, 새빨간, 붉은, 붉으스럼한, 밝으래한, 불콰한, 등 등 아무튼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한국어는 여타 외국인들이 익히기가 그리 쉬운 언어는 아닌 것 같은데, 요즘 우리말을 더욱 어렵게 느끼게 하는 일들이 많아 혼란스럽다.   물론 나는 자국어만 철저히 고집하고 외래어는 무조건 배척해야 옳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며, 언어란 기본적으로 무리 내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하나의 통신 프로토콜(protocol)에 지나지 않는 바, 가능한 간결하고 명확하며 빠르게 의사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쪽으로 언어의 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 개의 행성(行星)위에 거주하는 인류가 지역마다 다른 언어를 쓰는 것은 전혀 효율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다른 언어의 오해로 발발하는 분쟁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굳이 통신 수단에 불과한 언어의 주체성을 지나치게 강조함도 글로벌 시대의 보수적 사고일 뿐, 그리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게 내 생각인데, 문제는 언어의 왜곡에 있다 할 것이다.  우리 말 중에, 근자에 `형용모순(形容矛盾)`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곤 하는데, 내 기억으로 과거에는 거의 쓰여 지지 않던 단어가 아닌가 한다. 내가 언어학자는 아니지만, 나의 견해로 `형용모순`이라는 단어는 어휘 자체가 이미 모순이 된다. 왜냐하면 `붉은 파란색` 혹은 `검은 흰색`이라는 말은 형용구(形容句)로 성립될 수가 없어, 그 자체로 어휘로써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보여 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모순투성이의 세상을 살면서, 모순에 너무 익숙해 졌기 때문일까? 일상에서 겪는 형용모순을 하나의 당연한 현상처럼 태연히 받아들이고 있으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가장 명확한 언어로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에 근거해야 할 법원의 판결문에서조차 형용모순이 발견된다면, 이는 컴퓨터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코드체계의 혼선과 같아서 시스템 다운이 불가피해 진다.  일테면, 부적절하기 때문에 타박하는 것인데, 타박할 수 없는 부적절한 행위란 어떤 것일까? 증거는 없으나 의심으로 실체적 진실을 중시했다는 논거는 무엇이며,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안에 상반되는 두 개의 판결, 그러니까 너가 감나무 밭에 들어갔으나 감을 훔친 증거가 없으니 일단 무죄이지만, 감을 따지 않았다는 증거가 인정되지 않으니 유죄이다. 우리가 어쩌다 이런 지경의 왜곡된 언어를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법리(法理)를 따지기 전에 말을 말같이 하는 법부터 좀 배웠어야 옳지 않았을까? 라는 게 내 생각이다.
즐겨찾기+ 최종편집:2021-03-08 오전 11:07:24 회원가입기사쓰기구독신청지면보기전체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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