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11월 1일 `대지`의 작가 펄 벅(Pearl Buck) 여사가 내한했다. 그녀는 중국에서 성장기를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풀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공식적으로 그녀는 조선일보사와 여원사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9박 10일간의 일정이었다. 대구, 경주, 부산으로 이어지는 4일간의 여행은 경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강연이었다. 11월 4일 지방 여행에 동참자는 대지를 번역한 장왕록 교수, 조선일보사 이규태 기자, 그리고 모윤숙 시인이 동행했다.  대구에서 미군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갖고 계성고에서 강의를 마친 저녁답에 기차를 타고 경주로 이동하여 불국사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 그녀가 처음 본 것은 1960년 11월 5일 경주의 가을 하늘이었다. 아마도 불국사에서 바라본 왼쪽 마석산에서 오른쪽으로 남산까지 어깨동무하고 있는 산 능선 위 펼쳐진 가을 하늘을 보았을 것이다.   원더풀을 외칠 때 옆에 있던 누군가의 천고마비(天高馬肥) 사자성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재미있어했다. 불국사를 둘러보고 첨성대, 오릉, 분황사, 박물관 등을 둘러보았는데 특히,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동양 문화와 역사에 해박함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는 특히 한국문화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대구와 부산은 강의가 주목적이었지만 경주 여행은 오롯이 한국문화에 대한 탐색이었음을 여러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 흔히 떠돌고 있는 농부와 소달구지에 대한 이야기와 까치밥 감 홍시에 대한 두 토막의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들이다.   그녀가 감동한 이야기들의 배경이 모두 경주 땅에서 목격한 가장 한국적인 것들로 하여 이미 한국 여행의 목적은 다 이루었다고 말했다. 소달구지에 실을 볏짚을 자기 지게에 나누어진 한국 농부의 마음은 엿본 곳은 경주 어느 들녘이었을까? 어느 집 감나무에 까치 먹으라고 남겨 둔 감 홍시 몇 개를 본 것은 또 어느 시골, 어느 마을이었을까?    그녀는 경주를 떠나면서 작가를 그만두고 화가가 되어야겠다고 했다. 그 이유로 한국에서 만난 인자한 얼굴들, 갓 쓰고 수염 긴 백발노인, 아름다운 시골 아낙네, 볏짚을 지고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농부의 모습 등을 그리고 싶다 했다. 한국의 땅은 풍광이 뛰어나서 많은 작가들을 배출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라 했다. 그녀가 본 한국은 대부분 경주의 산과 들판, 시골 풍경 그리고 경주사람들이었다. 경주에서 보고자 했던 것은 왕릉이나 유적지가 아니라 바로 한국인의 심성이었다. 동물과 자연에 배려할 줄 아는 경주사람들 즉,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엿보았던 것이었다. 2년 뒤 발표한 한국을 소재로 소설 `살아있는 갈대`에 `한국은 고상한 민족이 사는 보석같은 나라이다` 라고 격찬하며 여러 나라에 알리고 싶어 했다.   펄 벅을 수행한 조선일보사의 신출내기 이규태 기자는 훗날 `이규태 코너`를 23년간 6702회를 연재하며 이규태 한국학을 탄생시켰다. 이 위대함에 이르게 한 계기가 펄 벅과 여행을 함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문화의 원형을 찾아 나선 대장정의 시작이 경주이기에 이규태 한국학의 출발지는 경주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당시 이규태 코너 때문에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본인 또한 그중 한사람이었다.  `경주는 대한민국입니다` 가장 경주다운 것이 가장 한국적이라고 주낙영 경주시장은 저서를 통해 어필했다. 가장 경주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불국사와 석굴암, 양동마을, 옥산서원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건물만 보고 가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도 별빛 보러 몽골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많다. 펄 벅이 보고 간 경주를 다시 팔 수는 없을까? 그녀가 느끼고 간 경주의 가을, 경주의 하늘, 경주의 바람, 경주의 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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