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야만의 감각이 냄새라는 학설도 있었다. 냄새 문화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여 이렇듯 냄새가 평가 절하 된 것은 18∼19세기다. 이들 중엔 다윈, 지그문트 프로이드도 있었다고 한다.   현대는 후각보다 시각이 이성과 문명을 이끄는 으뜸 감각으로 자리해 영상 시대, 이미지 시대를 맞고 있잖은가. 그럼에도 미국 생리신경학자인 리처드 액설(1946∼현재)교수와 린다 브라운 벅(1947∼현재)은 인간이 1만 여 가지의 서로 다른 냄새를 가려 낼 수 있다는 연구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향긋한 꽃 향, 신선한 숲의 향취, 인분의 고약함, 음식이 상한 쉰내, 전기밥솥에서 밥이 끓을 때 나오는 구수함, 발효식품이 품고 있는 쿰쿰한 내음 및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야릇한 공업용 화학물질 냄새까지 이루 열거 할 수 없으리만치 많은 각종 향이 우리 삶 속에 존재한다.   이것을 은연중 맡으며 우린 살고 있다고나 할까. 필자 같은 경우 물질이 풍기는 특징적인 냄새를 일컬으라고 한다면 불과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그러나 인간이 무려 1만 여 가지의 냄새를 가려낼 수 있다고 하니 뛰어난 후각에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날 지그문트 프로이드, 다윈은 냄새를 가장 뒤쳐진 오감五感이라고 평했다. 당시엔 별다른 대우를 받지 못하던 냄새가 요즘 그 가치가 다시금 부각 되고 있다. 비근한 예로 각종 생활용품 속에 주입된 향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여인의 미를 가꿔주는 화장품을 비롯, 옷 섬유 제, 샴푸, 비누, 향수,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후 닦아버리는 화장지까지 기분 좋은 향을 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냄새가 인간의 신경을 안정 시켜주기도 하여 라벤더 향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은 항 불안 효과 및 숙면도 돕는단다. 하여 허브 향 등이 인기리에 판매 될 정도다.  하지만 필자 같은 경우 세상 모든 냄새 중 가장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인향이란 생각이다. 인간적 냄새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향내가 아닐까.   사소한 배려에도 진정 감사할 줄 알고 매사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은 물론, 진실한 마음이 엿보이는 사람은 가슴을 몹시 뒤흔드는 마력을 지녔다. 각박하고 삭막한 이즈막이어서 인가보다. 아름다운 인향에 자주 도취하고 싶다.  이런 바람 때문인가. 잠시지만 인향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며칠 전 폭염이 온 나라를 용광로 속처럼 달굴 때다. 집으로부터 15분 정도 걸어서 생활용품 등을 사와야 한다.   그날도 이른 아침부터 수은주가 숨 가쁘게 오르고 있었다. 마침 필요한 물품이 있어 장바구니를 들고 내리쬐는 뙤약볕 속을 한참 걸어 인근에 위치한 마트에 당도 했다.   마트 안에서 이것저것 구입하다보니 장바구니가 꽤나 무거웠다. 이곳에서 일정 금액의 물건을 사면 배달이라는 서비스를 해준다. 그것을 바라고 쓸데없는 물건을 구입하기가 내키지 않아서 하는 수없이 필요한 것만 구입하여 마트 밖을 나섰다.   마트 안을 나오자 밖은 한증막 안보다 열기가 더 뜨거웠다. 무엇보다 힘에 부치는 묵직한 장바구니를 들고 걷노라니 발걸음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제 자리 걸음을 걷는 듯하였다. 오른쪽 손으로 들었다가, 다시금 왼쪽 손으로 짐을 옮겨보지만 여전히 무게는 줄어들지 않는다.   `어느 물건이든 5천 원짜리 물건 한 가지만 더 샀더라면 금액이 채워져서 물건을 배달해줬을 텐데…`라는 생각에 괜한 궁상을 떨었다는 자책이 한숨과 함께 입에서 절로 나왔다.  이 때다. 손수레에 반쯤 폐지를 싣고 길을 가던 어느 할아버지 한 분이 길옆에 손수레를 세운 채 말을 걸어온다." 아주머니 뒤에서 보아하니 장바구니가 엄청 무거워 보이는데 어디까지 가시는지 손수레 위에 올려놓으세요" 라고 권한다.   할아버지 말을 듣고 사는 아파트 명칭을 말하자 자신도 마침 그 근처를 지나칠 것이라고 한다. 이 말과 함께 허락도 없이 손에서 장바구니를 빼앗다시피 하여 자신의 손수레 위에 번쩍 올려놓는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할아버지 이마엔 땀방울이 비 오듯 흘러내리는 게 눈에 띄었다. 어디 이뿐인가. 그분이 가까이 다가오자 땀 냄새가 확 풍겨왔다. 자세히 보니 웃옷이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갑자기 몸이 홀가분해지자 고맙다는 인사말을 나누게 되었다. 그리곤 폭염에 폐지를 수거하느라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식들이 보내주는 생활비론 아내 병원비가 턱없이 부족해 폐지를 줍는다고 했다. 요즘은 날씨가 더워 하루 몇 천원 밖에 못 번다고 한다.   젊어서부터 가난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산 탓에 자식들 5남매를 겨우 초등학교 교육만 시켰단다. 이 때문인지 아들 둘은 지금도 막노동으로 겨우 입에 풀칠하기 바쁘다고 했다.   자신이 초등학교도 못나와 무능해 자식한테까지 가난을 대물림 해주게 됐다는 말을 할 땐 눈가에 회한이 잔뜩 묻어나는 듯 보였다. 예나 지금이나 먹물 든 지식인이 우대받는 사회여서일까. 할아버지 말에 깊은 공감이 일었다.   한글도 못 깨우친 할아버지다. 하지만 타인의 고충을 헤아려주는 따뜻한 인정을 지닌 분 아닌가. 그러고 보니 종전에 맡았던 그의 땀 냄새야 말로 향수 샤넬 넘버5보다 더 향기로운 인향人香이란 생각마저 드는 것은 어인일일까.   또한 짐을 내려주고 손수레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 뒷모습 역시 왠지 예사롭지 않게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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