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이 잉태 되는 곳은 여인의 자궁이다. 잉태된 아기가 자라는 곳도 이곳이련만 흔히 만삭인 임신부를 가리켜, " 배가 부르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고 보니 남자들은 배는 있되 이런 `배`를 지니지 못했다. 여인만의 특별한 인체 부위라 말할 수 있다. 아기를 10달 동안 태중에 품는 곳이 여인의 `배`가 아닌가. 이로보아 여인의 배는 참으로 성스럽다.   그럼에도 여인의 정조를 일컬을 때도 숭고한 모성 보고寶庫라 할 `배`를 들먹이곤 한다. 바람기 많은 남정네들이 지난날 자신의 숱한 여성 편력을 마치 무슨 대단한 무용담인 양 떠벌릴 때, "여자와 배를 맞춘 경험이 많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때 여성의 거룩한 배를 자신이 지닌 성력性力 과시용 훈장(?)으로 삼는 듯하여 못마땅하다.   이게 아니어도 인간의 뱃속엔 위를 비롯 작은창자, 큰창자, 췌장, 담낭, 간, 등 인체 주요 장기가 자리해 있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장기들이잖는가. 이 중에 단 한 군데라도 탈이 난다면 건강을 잃고 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옛날부터 인간 심성의 발로가 배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보았다.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말에서 시기, 질투, 욕심 등의 감정을 배앓이로 표현한 게 그것이다.  또한 참지 못할만큼 웃음 보따리가 터질 때 "배꼽 빠진다"라고 한다. 견딜 수 없으리만큼 슬프고 애통할 때를, "애간장이 녹는다"라고 말한다. 불같이 버럭 성을 내며, " 배알이 꼬인다"라고 내뱉는다. 성격이 음험하고 표리부동한 사람을 흔히, "뱃속이 검다"라고 이른다.   반면 청렴결백한 사람을, "뱃속이 깨끗하다"라고도 말한다. "뱃속이 편하다"로 걱정 없는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말을 빌리자면 인간 마음의 흑백 농도인 선, 악은 물론이려니와 행, 불행도 실은 배로부터 우러나옴을 깨닫는다.  언젠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얼굴에 진한 화장술과 화려한 의상을 입은 일본 경극 배우 모습을 본 적 있다. 그 여배우는 한 손엔 부채를 들고 버선발로 무대 위를 겅중겅중 뛰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간드러지게 고음을 내고 있었다. 그 음을 듣자 귀에 거슬려 심한 거부감이 일었다. 듣다못해 텔레비전 채널을 딴 곳으로 돌렸다.   이 장면을 본 후 문득 철종 때 국창이었던 이날치를 떠올렸다. 이날치가 부른 새타령이 불현듯 그리워지는 것은 그의 창이 절색이어서만은 아니다. 그의 뱃속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온 노래는 좋은 기운을 지녔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날치 창唱을 들은 새들이 주변으로 날아들을 정도였다고 하니 가히 그의 성색聲色이 후대에 길이 남을 만 하다.   이규태가 지은 `눈물의 한국학`에 수록된 `박초월` 내용을 보면 우린 `배`의 문화권 민족답게 전통 음악인 창이 횡경막 아래인 뱃속에서 우러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언젠가 임어당이 한국에 와서 창 소리를 듣고 일본 전통 음악은 머리에서 나오고 중국의 창은 가슴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우린 이규태의 언명처럼 전통 음악 발성 원을 배에 두고 있다.  창 뿐 만 아니라 우리는 심성의 근원지를 오장육부 작용에 기인한 듯하다. 한국인의 민족성인 은근과 끈기도 실은 이것이 우려 낸 뱃심에 의해서랄까. 하여 인간 관상을 말할 때 얼굴을 중시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관상학에서 중시하는 게 심상心相이라 하여 뱃속 내장의 기운이 집합 된 곳인 얼굴을 손꼽곤 한다. 오죽하면 "꼴값 한다" 및 "생긴 대로 논다" 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그 원인이 바로 뱃속 장기의 작용에 의해서라면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이로보아 사람을 처음 대했을 때 몇 초간 첫인상을 결정케 하는 것도 평소 뱃속에서 우러나온 마음의 그림자가 얼굴에 투사 되어서인가보다.  하긴 남녀 불문하고 미색美色보다 심색心色이 비단결 같은 사람에게 정이 간다. 이런 사람과는 왠지 항상 재회를 꿈꾸곤 한다. 하지만 불과 단 한 번 만남의 시간이 마치 10년처럼 지루하고 한시라도 빨리 헤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 얍삽하고 진정성 없으며 뱃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매사 계산적이어서 인간성 결여를 느낄 때라면 나이 탓일까.   상대방에게 온기를 느낄만큼 순수하고 따뜻한 가슴을 지녀 매우 인간적일 때 원만한 관계도 지속된다. 또한 뱃속의 기운은 오묘하고 심오하다. 내면이 고우면 모습도 기품 있고 표정도 절로 아름답잖은가. 인간관계도 좌지우지 하는 듯하다. 한편 뱃속을 즉, 마음을 잘 쓰면 행운도 절로 찾아온다.
즐겨찾기+ 최종편집:2021-12-03 오전 09:19:32 회원가입기사쓰기구독신청지면보기전체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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