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은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자살과는 거리가 멀다. 언제나 해맑은 미소를 가지고 있던 아이였다."  지난 3일 대구 수성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제보자 A(48)씨는 지난해 10월 딸이 집에서 투신하면서 영원한 이별을 해야만 했다.   A씨의 딸 B양은 고3 수험생이란 예민한 시기에 윗층의 고의적인 층간소음과 경찰 고소까지 당하면서 불안장애가 생겼고 원하던 대학까지 떨어지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층간소음이 시작된 것은 2018년 4월께 윗층에 C씨의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부터였다. 처음엔 이사때 의례히 있는 소음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았고 심지어 새벽까지 지속되자 경비실을 통해 조용히 해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윗층의 소음은 가라앉지 않았고 그때부터 점차 세대간의 갈등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수험생인 B양은 직접 C씨를 만나 연락처를 교환하는 등 대화로 풀어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엔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A씨는 층간소음을 줄여보겠다는 생각으로 한국환경공단 소관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같은해 5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민원을 올렸다.   센터 관계자가 A씨의 집을 방문하는데는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이듬해 9월께 이뤄졌고, 이조차도 잠깐의 시간을 들어보고는 윗층에 들러 몇 마디 건네고 돌아갔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결국 센터의 방문은 세대간의 갈등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고 이 과정에서 C씨가 A씨의 아내와 B양을 경찰에 고소, 급기야 B양은 불안장애까지 앓게 되면서 원했던 대학 수시에 떨어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A씨는 "윗층을 상대로 처음에는 부탁도 해보고 사정도 해봤다. 그럴 때마다 윗층에선 조심하겠다고 했지만 언제나 말 뿐이었다"며 "해결방법을 찾던 중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알았지만 결국 제가 선택한 방법이 제 딸을 죽이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공동주택의 증가에 따른 층간소음 피해자들이 해마다 급격히 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는 공동주택(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의 층간소음으로 발생하는 이웃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곳으로 강제력은 없다.   지난 2016년 정부는 "층간소음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 간에 서로 지켜야할 기본적인 예절 문제로 개인적인 주거공간을 법으로 강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며 이웃간의 중재 외에 다른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때문에 민원 현장에서 심각한 소음을 들어도 센터 관계자가 할 수 있는 건 소음 가해 세대를 찾아가 `소음을 줄여달라`는 권고 이외 피해 세대 신청에 따른 소음측정까지가 역할의 전부다.   또 민원을 접수해도 현장 조사를 받는데까지는 보통 4~5개월에서 길게는 1년여의 시간이 걸린다. 대구지역의 층간소음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권역별 부서가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등 5개 권역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피해 세대의 민원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생기고 있지만 곧바로 층간 소음을 조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층간 소음을 일으키는 가해 세대에 있어서도 저희가 어떻게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소음의 심각성을 알리고 줄여달라고 부탁하는 게 전부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딸의 장례를 치룬 뒤 그동안의 증거들을 취합해 C씨를 협박·자살방조 등의 혐의로 대구수성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C씨가 자신의 카카오톡 상태게시글에 딸 B양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되는 종교적 모욕 사진과 문구를 올린 것을 캡쳐해 증거로 제출했다. 또 C씨가 B양에게 한 욕설 등이 담긴 문자들을 캡쳐한 사진과 불안장애 진단서도 함께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만으로는 C씨가 B양을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처리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협박은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해야 한다. 자살교사·자살방조도 C씨가 B양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실행하도록 도와야지만 성립될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이로 보건대 그동안 고3 수험생으로써 B양이 받아야 했던 층간 소음의 고통은 전혀 참작되지 않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B양의 사건이 입증되려면 직접 자살로 이끈 문자메시지라던지 폭력 등의 구체적인 정황이 있어야 한다"며 "C양이 심리적인 압박을 받은 것은 알겠지만 그것만으로 자살을 이끌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법조계의 해석은 달랐다. 층간소음으로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고통을 주게되면 `생활방해`를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2014년 2월 아령을 굴리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6개월간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층간소음을 발생한 윗층 거주자에게 아랫층 거주자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전고등법원과 대법원도 피해 세대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 지역의 한 변호사는 "공동주택은 삶의 보금자리로서 세대간이 타협하며 생활방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며 "C씨가 일으킨 층간소음은 고의성과 수인한도를 넘어섰다는 사실이 증거자료를 통해 확인이 된다. 경찰의 수사결과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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