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으로 한때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던 대이란 교류가 다시 막혔다. 그러나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의 중심지로 실크로드를 통한 신라와의 교역이 활발했던 곳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이란의 이야기를 통해 21세기 실크로드를 꿈꿔본다. 경주국립박물관 제3전시실에는 보물 제635호 계림로 장식보검이 전시돼 있다. 이 보검은 전문가들도 한눈에 신라의 양식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칼집과 자루를 장식한 얇은 금판과 그 위에 새겨진 물결, 나뭇잎, 원 등의 문양은 낯설다. 그리고 칼집에 박힌 세 개의 고급스러운 보석은 이 보검이 서역에서 건너왔을 것이라는 막연한 짐작을 하게 한다. 그러나 그 서역이 어느 나라였는지 확신에 찬 결론을 내린 학자는 없었다.  ■ 경주박물관에 페르시아 유물 수두룩 지난 2014년 말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한 이란 테헤란대학교 역사학과 모함마드 바헤르 보수기 교수는 이 보검을 사산왕조 페르시아(B.C 226~A.D 651)에서 건너왔다고 주장했다. 보수기 교수의 주장은 명쾌했다. 사산왕조 페르시아가 이슬람왕조에 패망하기 전까지 이란 사람들은 우리에게 배화교(拜火敎)로 알려져 있는 조로아스터교를 신봉했다. 조로아스터교의 핵심 교리는 세 가지로 `좋은 생각`, `좋은 행동`, `좋은 말`이다. 이 세 가지 핵심적인 가르침을 보석으로 박아 장식했다는 것이다. 보수기 교수는 해상실크로드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경주박물관을 둘러보면서 또 하나의 유물에 집중했다. 바로 경주 구정동 방형분에서 출토된 모서리기둥이다. 이 기둥의 양면에는 서역풍의 무인상이 돋을새김 돼 있고 그 옆면에는 사자상이 새겨져 있다. 보수기 교수는 깊은 눈과 높은 콧등의 무인상과 방형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조각된 사자상을 주목했다. 무인상이 들고 있는 막대기의 정체가 수상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막대기를 무기로 생각했다. 그러나 보수기 교수는 그 막대기가 무기가 아닌 폴로(격구)채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격구를 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고려사에 "918년(태조 1)에 상주의 적장인 아자개가 투항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해 와 그를 맞이한 환영식 연습을 격구장에서 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장식보검·모서리기둥 페르시아 흔적 뚜렷 이로 미뤄 격구는 삼국시대에 이미 받아들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의 당나라에서 격구가 유입됐을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지만 격구의 원조국인 페르시아에서 직수입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 주장은 바로 페르시아의 서사시 `쿠쉬나메`에 페르시아의 왕자 `아브틴`이 신라로 추정되는 `바실라`로 망명 와서 타이후르 왕과 격구를 즐겼다고 표현한 부분이 뒷받침한다. 그리고 보수기 교수는 "모서리기둥에 새겨진 사자상은 페르시아의 위대한 힘을 상징하는 것으로 페르시아 문화권의 태양숭배사상에서 출발했다"며 "신라 문화에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사자상은 틀림없이 페르시아로부터 전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예는 또 있다. 경주박물관 별관인 `월지관`의 입구에 놓인 돌에 새겨진 대칭문양이다. 이 돌에는 한 그루의 나무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공작새가 희미하지만 분명히 보인다. 보수기 교수는 이 `입수쌍조문(立樹雙鳥紋)`에 대해 "대칭문양은 사산왕조 페르시아에서 유행한 전통 문양이며 동물을 비롯한 대상물을 대칭을 이루도록 배치했지만 이슬람 왕조가 들어서면서 우상숭배를 금지해 사라져버렸다"며 "현재도 이란의 곳곳에서, 심지어 카펫에까지 이 문양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크로드 통해 신라와 페르시아 직접 교류했다 보수기 교수는 또 "페르시아의 입수쌍조문이 중국을 통해 신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해양실크로드를 통해 신라로 바로 수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보수기 교수는 거의 확정적으로 신라와 페르시아의 교류가 활발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경주의 괘릉(원성왕릉)의 무인상도 페르시아인이라고 말했다. 그 증거로 이란 남부 시라즈 근교, 페르세폴리스와 가까운 낙쉐로스탐의 무인상을 예로 들었다. 두 무인상의 조각 기법과 옷자락의 표현기법, 들고 있는 칼의 모습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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