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부를 할 생각은 없어요. 전 노래를 하는 게 좋아요. (논문 표절 건은) 죄송한 마음뿐이에요."트로트 가수 홍진영(37)이 정공법을 택했다. `논문 표절` 건으로 사과를 한 뒤 1년5개월 간 자숙을 해온 그녀다. 지난 6일 신곡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 공개에 맞춰 언론과 마주했다. 보통 잘못으로 반성의 시간을 보낸 연예인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피하기 위해, 편집이 가능한 방송 등을 통해 은근슬쩍 복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비바 라 비다` 발매 하루 전 청담동 소속사 아이엠에이치(IMH)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홍진영은 "한 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서 고민하느라 이틀 동안 두 시간만 잤다"고 말했다. 방전됐던 그녀가 다시 배터리를 채우기 위해 나섰다. 다음은 일문일답.-지난 1년5개월은 데뷔(2007년 그룹 `스완`으로 데뷔했다가 2009년 트로트가수로 전향) 이후 인생에서 가장 복잡한 심경으로 보냈을 거 같습니다.""그 일(논문 표절)이 있고 나서 계속 심경이 복잡했어요. 무엇보다 후회를 많이 했어요. (사건 당시) 정신이 없었고, 어디 물어볼 때도 없었죠. 그런 일이 갑자기 생기니까 무서운 게 컸습니다. 특히 두려웠던 건 (표절을) 인정하게 되면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등을 돌리지는 않을까` `나를 너무 미워하면 어쩌지` `다시는 무대에 못 서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들이었어요. 조언을 구할 때가 없으니 (표절이 아니라고) 변명을 했던 거죠. (당시 해명하면서 쓴) `관례`라는 표현도, 그런 표현을 쓰면 안 됐는데 무서웠던 거 같아요. 이렇게 이이갸기하면 봐주시지 않으실까 혼자 생각한 거죠. 그런 부분이 그간 쉬면서 계속 후회로 남았어요. 이미 일어난 일이니 주워 담을 수도 없고… 많은 분들에게 죄송했습니다."-본래 끼가 많지만 `한류 콘텐츠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주제로 박사 논문까지 받으면서, `다방면으로 노력한다`는 인정과 함께 호감도가 더해졌습니다. 게다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를 알리기도 했으니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은 확실히 져야 할 거 같아요. 상당수 대중이 배신감을 느낀 건 사실이니까요."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제작진이) 논문에 대해 어필을 했으면 했어요. 5개 방송 중에 4개가 거기에 포인트를 맞췄죠. (너무 알리는 게 과해서) 중간에 제가 빼달라고 요청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신인 때, 특히 `사랑의 배터리`로 활동할 때는 안티가 많았어요. 신인 때는 튀어야 한 컷이라도 더 나오니까 일부러 세게 하고 나댔던 건 사실이죠. 또 저를 알려야 하다 보니까 방송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이번에 언론을 직접 만나면 불편한 질문이 나온다는 것도 알 수 있었을 텐데요."이틀 동안 두 시간 잤어요. 너무 무서웠고,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운 거예요.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제 이야기가 잘못 전해지거나 와전이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제가 자숙하는 와중에도 많은 기사들이 나왔잖아요. 직접 얼굴을 뵙고 말씀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이 시점에 컴백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제가 1인 기획사를 운영하잖아요. 제가 일을 안 하면 회사가 올스톱이 됩니다. `일하고 싶어요`라고 직원들이 이야기를 하는데 책임감이 더해지고 어깨가 무겁더라고요. (작곡가) 조영수 오빠가 좋은 곡을 주셔서 컴백을 하게 됐죠. 영수 오빠와는 배다른 남매 느낌이에요. 무슨 일 있을 때마다 찾아와서 용기를 주시고 좋은 말도 해주시죠."-데뷔곡 `사랑의 배터리`를 만든 조영수 씨가 작곡한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는 풀 라틴 밴드 풍의 댄스곡이에요."컴백을 하게 되면, 슬픈 곡을 선택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는데, 아무래도 `가수 홍진영`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건 `사랑의 배터리` 같은 신나는 곡이에요. 초심으로 돌아가서 해야 한다면 `그런 곡이 맞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가이드를 들었을 때 라틴 느낌이 들었고 제가 작사에 참여를 하면서 라틴어를 찾아봤어요. `비바 라 비다`라는 말이 와 닿았고 이걸로 노랫말을 쓰게 됐죠. 밝은 노래라 뮤직비디오에서 해맑게 나오는데 근심·걱정이 없어 보일까봐 걱정했지만 밝은 노래이다 보니 그렇게 촬영을 했어요. 물론 방역 지침을 준수했고요."-`비바 라 비다`의 영어 버전도 함께 발표했습니다."영수 오빠가 `이 곡은 팝스러워. 영어버전을 하게 되면 좋을 거 같다`고 제안하셨어요. 발음 연습을 열심히 했어요. 트로트를 부를 때 목을 쪼아서 부르게 되는데 영어 버전을 부를 때는 혀가 안 꼬이더라고요."-살도 많이 빠진 거 같아요."(논란 이후) 처음엔 7㎏가량이 빠졌어요. (괴로워서) 밥을 안 먹으니, 면역력이 떨어질 거 같더라고요.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 코로나19에 걸렸다고 기사가 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밥을 챙겨 먹었습니다. 지금은 (논란 전보다) 4~5㎏ 정도 빠졌어요. 신인 때 체중이랑 비슷합니다."-지난해 11월 코스피 상장사 아센디오가 100억원을 투자하는 등 회사에 변화도 생겼습니다. 아이돌을 준비한다는 설도 있었어요."이렇게 된 이상 아이돌을 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부터 프로듀싱을 하고 싶었거든요. 신인 개발에도 관심이 많지만 예능 제작도 하고 싶어요. 워낙 OTT 시장도 커졌잖아요. 친한 PD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는데, 여력이 된다면 좋은 분(창작자)들을 모시고 싶어요. 다이어트, 결혼 과정에 이르는 커플 등 지금까지 다루지 않는 리얼리티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습니다."-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도 많이 했는데 이번에 예능 출연 계획도 있나요?"지금 당장은 없어요. 가수 홍진영으로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현재는 커요. 일단 방송 스케줄은 잡지 않았고 10일 SBS `인기가요`가 첫방이자 막방이에요."-자숙 기간 고비는 없었나요?"저는 누구보다 저를 긍정적인 사람 중에 한명이라고 여겼어요. 누구보다 밝게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바쁘게 지내다가 아무것도 없는 시간을 보내다보니 심적으로 힘들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누워있으면 잡 생각만 나고 멍 때리는 시간도 늘어나고… 심신의 안정을 위해 향초나 디퓨저도 만들었죠. 원래 댓글을 다 찾아봤는데 이번 컴백을 앞두고는 멘털이 약해져 있으니까 못 보겠더라고요. (또 다른 상황의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는 후배, 동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멘털 관리`가 중요해요. 저 역시 멘털이 무너져 잡기까지 쉽지 않았어요.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10여년 동안 쌓아온 것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하니 제가 없어진다는 생각까지 드는 거예요. 저 병원에도 다녔어요. 숨도 안 쉬어지고,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느는 공황 증세 끼가 있었어요. 약을 먹으니 괜찮더라고요. 병원을 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의사 선생님이 상담도 잘 해주시고요. 지금은 병원에 안 가고 있어요. 최대한 마음의 안정을 찾고 멘털 관리를 하고 있어요."-홍진영에게 노래를 부른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노래를 못 부르면, 산소가 없는 것과 똑같아요. 어릴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잖아요. (논란 이후) 노래를 못 하며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제일 컸어요. 앞으로 다른 분들을 돕는 좋은 취지의 공연이 있으면 많이 참여할 생각이 있어요. 이번 음원을 준비하면서는 큰 욕심이 없어요. 한발짝 한발짝, 신인 때 임했던 마음가짐과 자세를 생각하면서 준비했어요. 이번 곡을 들으시고 가수 홍진영이 괜찮더라는 생각만 해주시면 다행일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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