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에도 휘발윳값은 내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추월한 주유소가 속출하면서 정부의 허술한 유류 정책에 소비자들만 골탕먹고 있다. 2일 정부의 유류세 추가 10% 인하 발표에도 아직 기름값이 떨어진 주유소는 찾기 어렵다.  휘발윳값은 지난 3월 10일 리터당 1,900원을 돌파한 이후 50일이 넘도록 그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경윳값 역시 한 달 넘게 리터당 1,900원 안팎이 이어지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 선을 오가는 국제유가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최근 환율이 급등하며 쥐꼬리 유류세 인하에 효과가 있을지 걱정도 나온다. 기름값 부담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물가를 끌어올리고 성장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소비자물가가 10여 년 만에 4%를 넘기는 데는 기름값 상승의 영향이 컸다. 3일 발표 예정인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4%를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대구 경북에서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추월한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경윳값이 급등한 데다 유류세 인하율이 커지면서 `경유 역전현상`은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을 똑같이 책정한 주유소는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경유를 휘발유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주유소가 대구 시내에서 무려 14곳에 달한다. 이들 주유소의 경윳값은 휘발유보다 리터당 적게는 1원에서 많게는 30원까지 높았다. 이례적인 경유 역전현상은 지난 2008년 5월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유류세가 산업용으로 주로 쓰이는 경유보다 높기때문에 보통은 휘발유 가격이 경유보다 비싸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1월 유종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20%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행하자 휘발유 인하 폭이 더욱 커져 경유와 가격 차가 약 50원으로 줄었다. 여기에다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유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요는 탄탄해 역전현상까지 빚어졌다. 정부가 이달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함에 따라 경유 역전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대구 경북지방에는 휘발유와 경유를 같은 가격에 파는 주유소가 많다. 이는 유류세 인하 폭이 커졌고 국제정세 악화로 경유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역전현상을 당분간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정유업계는 경유 생산량 증가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경유 재고가 줄고 가격은 급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4대 정유사는 휘발유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경유 생산량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정유사들이 경유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비중은 전체 생산량 대비 최대 1% 수준에 불과해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존에 계약한 수출이나 내수용 휘발유 물량까지 줄일 수는 없고, 공정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경유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오름세를 보이더니 최근 수요가 늘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경윳값이 휘발윳값 추월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경유 생산량을 대폭 늘려서라도 조속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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