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다.   속표지에 `이문규 교수에게`라는 헌정 문구를 넣은 김광기 교수의 책을 바로 그 이문규 교수에게 받았다. 하얀 종이에 손 글씨를 정성스럽게 쓴 편지와 함께 따끈따끈한 신간을 받았다. 이문규 교수는 내가 경애하는 학자인데 저자도 그랬던 것 같다. `∼에게 바칩니다`라는 헌정사를 외국 도서에서는 더러 보았지만 국내 서적에서는 `작가의 말`의 끄트머리쯤에서 어쩌다 본 적이 있을 뿐이다. 속표지의 한 페이지를 온통 할애하여 하얀 여백의 공간 한가운데에 헌정의 뜻을 밝히고 있어 두 분 사이의 애틋한 정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일랜드의 작가 버나드 쇼는 희곡 `피그말리온`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우리 모두는 야만인이다`라고 선포했다. 저자 김광기 교수는 그 말을 바꾸어 `우리 모두는 이방인이다` 라고 머리말을 썼다. 까뮈의 `이방인`으로 우리는 이미 이방인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접근은 소설보다 명료하고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인생을 나그네라고 하지 않는가. 그 나그네의 인생 여정에서 우리는 때때로, 사람에 따라서는 자주, 이렇게 질문한다고 한다.`나는 누구이며 여기는 어디인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인간은 바로 이방인에 속한다고 한다.   여행자이고 순례자인 이방인은 낯익은 곳과 낯익은 사람을 떠나 낯선 곳을 방랑하는 사람인데 `그는 낯익은 곳에서도 낯섦을 간파해 내는 예민한 사람이다. 그는 고독한 사람이며 동시에 자유의 사람이다`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온 것은 다음의 문장이었다.   `낯섦을 간파해 내는 예민한 사람` 나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어서 늘 발상의 싹을 찾느라 애를 쓰는데 오늘 한 단어를 포착했다. 바로 예민함이다. 저자는 낯섦을 간파해 내는 `예민함`으로 떠남, 상처, 거리, 각성의 각 장을 통해 이 시대 사회를 철학적 사유와 역설로 날카롭게 조명한다. 사회학이 갖는 딱딱한 갑옷을 벗어던진 것 같은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안겨주며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내용이 쏙 들어온다.   머리말부터 어찌나 마음을 요동시키는지 오랫동안 침잠해 있던 마음에 전율을 느끼게 되어 나도 모르게 이 글을 쓰게 되었으니 독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좋은 것은 나누는 것이라 했다. 평소 필자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꺼려하여 소설식 칼럼으로 소설 주인공의 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우회적으로 하던 내가 이렇게 전면에 나서서 책을 소개하는 까닭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해야 그 뜻과 깊이를 훼손하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각 장에서 다루고 있는 제목만 봐도 흥미진진하다.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세상이라는 감옥에서. 다르면서 같은 자. 왕따, 내 편이 없는. 낯섦의 미학. 가장 작은 자. 무너져 내린 자. 광야로 나간 자. 거리의 사람. 고독한 사람. 초월하는 자. 나란 인간. 웃음의 효용. 소음과 침묵. 그대, 고향을 꿈꾸는 자여….  맛보기로 하나만 소개할까.  우리나라에서 실세를 이루는 패거리 문화는 학연, 지연, 혈연의 끈으로 연결되어있다.패거리 문화는 왕따와 직결된다. 패거리는 음모와 배신의 복잡한 그물망이다.   이 글을 읽고 공무원을 하는 지인을 떠올렸다. 과장의 직위를 가진 그녀가 아랫사람들의 탄원으로 해직당했다. 유순하고 착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왜 해직당했는지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 일종의 패거리 문화에 의한 하극상의 결과였다. 그녀는 살길을 찾아 시골로 내려가 텃밭을 빌려 겨우 삶을 연명하고 있다. 지금 항소 중이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데 부디 명철한 재판관의 공정한 판결이 내려지길 기원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가장 잘 나가고, 주위에 사람들이 가장 많을 때, 트웨인의 말처럼 멈추어 곰곰이 생각해 보라. 이방인은 대중과 고독 중 후자를 제대로 선택한 자이며 세상의 환호와 칭찬을 우습게 아는 사람, 그가 바로 이방인이며 고독을 즐기며 그것을 영광으로 아는 자다.   진짜 에필로그에서는 우리가 대부분 서로가 서로에게 이방인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살아간다고 했다. 이 책은 바로 그것을 정확하게 간파할 수 있는 감수성을 깨우고자 마련한 자리라고 하는 저자의 말을 새겨, 우리도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이 속한 주변 사회를 한 번 진단해봤으면 한다. 혹시 은폐된 삶의 진실은 없는지….   간단한 소개에 그쳤지만 이후 `내 편이 없는 자, 이방인을 위한 사회학`에 대해 독자들과 더 깊이 나눌 기회가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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