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코로나19가 매우 급속하게 확산하는 양상이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13일 저녁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29만6천180여 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한 것으로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앞서 북한은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처음으로 인정한 12일 1만8천여 명의 발열 환자가 발생했고, 13일 17만4천400여 명의 발열자가 신규로 발생했다고 공개하는 등 가히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망자도 12일까지 6명이었다가 13일 하루 21명, 14일 15명 등 모두 42명에 달해 급증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12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최중대 비상사건`으로 규정하고 국가 방역체계를 최대 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 14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상비약까지 당에 기부할 정도로 북한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감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역 전면 봉쇄와 발열 환자 격리, 지도층의 상비약 기부와 민간요법 등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으나, 북한 주민의 백신 접종률은 `제로`인데다 허약한 영양 상태와 부실한 의료 인프라 등을 고려하면 상황은 이미 더 심각하거나 향후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이번 주 초 북한에 코로나19 방역 및 환자치료 지원을 공식 제의할 방침이다. 정부는 북한의 코로나19 통계 발표치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으로 보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북 지원에 적극적인 자세인 것으로 관측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진 신임 외교부 장관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13일 통화에서 북한 내 코로나19 발생에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인도적 지원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북측이 남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이를 고리로 남북 간 실무 또는 고위급 차원의 접촉이 예상되지만, 현재 북한 내부 분위기로 봐서는 수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 상황이 지역 간 통제 불능한 전파가 아니다"라며 어느 정도 상황 통제에 자신감을 보이는 만큼, 당장 긍정적 답변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설령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해지더라도 남측은 후순위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이래 국제기구가 꾸준히 북한에 관련 물자의 지원 의사를 밝혀왔고, 중국도 최근 북한 지원 의사를 공개 천명한 바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적 행태를 보여왔는데도 우리 정부가 대북 지원을 적극 검토키로 한 점은 인도주의적인 견지에서 방향을 잘 잡은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은 이제 핵실험 같은 추가적인 도발을 자제하고 우리 정부의 제안에 호응해 중단된 남북 대화의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한반도 평화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대북 직접 지원이나 국제기구 등을 통한 우회 지원 등 가능한 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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