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60년 전의 이야기이다. 단풍이 곱게 물든 중추의 캠퍼스는 아름다웠다. 의자에 앉아 만추의 승경(勝景)을 감상하며, 다음 강의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농담을 즐겨하는 한 친구가 `나는 요즈음 중국어를 배운다`고 하면서 자기의 여자 친구에게 중국어 `우심뽀하`를 아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 뜻을 알면 좋은 선물을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답을 기다렸으나 그런 중국어는 없다고 하면서 무슨 뜻인지 빨리 정담을 말하라고 졸랐다는 것이다.   그 때도 의미를 축약한 용어들이 `검수완박`과 같이 성행하였으나, `우심뽀하`는 남녀교제를 하지 않는 선량들에게는 듣기 어려운 용어이다.  그래서 이 친구는 답을 말하면 그 뜻과 같이 행동할 수 있는 가를 약속 받은 다음에 답을 말해 주었다는 것이다.   `우심뽀하`는 중국어 사전에 없는 말이며, `우리 심심하니 뽀뽀하자`라는 뜻을 지닌 조작적 용어라고 말하니, 그 여자 친구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웃으며 달아났다고 한다.   `검수완박(檢搜完剝)`이란 용어도 조작적 낱말이다. 이 말은 우리나라 검찰에서 근년에 만든 신조어라고 하며, 검찰이 행사할 수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 중에서 수사권을 박탈(剝奪) 또는 약화(弱化)시키자는 견해에서 나온 용어라는 것이다.   수사권(搜査權)은 개인이나 단체, 기관 따위에서 범인을 찾기 위하여 증거를 찾고 수집하도록 법적으로 부여된 수사기관의 권리이고, 기소권(起訴權)은 검사가 형사사건에 대하여 법원에 공소(公訴)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검찰이 검사의 수사권을 없애고 경찰에 넘기고 심지어 재판에 넘기는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치고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현재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선량한 국민들이야 생업에 바쁘다보니 거기에 집중적 관심을 가질 시간적 여유도 없고, `검수완박(檢搜完剝)`과 `검수완박(劒受完剝)`을 자세히 구별할 식견도 없으니 허망하게 하늘만 쳐다 볼 뿐이다.   이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의 인사, 인력, 자치, 정보, 수사, 치안 등에 관한 대한민국 수사구조 문제 즉 검찰과 경찰 권한을 어떻게 적절하게 분배하는지에 관한 문제라고 한다.  경찰의 독립적인 수사권을 위한 핵심 사항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일반적 수권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며, 일반적 수권조항은 법률에 의한 개별적 수권 없이 경찰권 발동권한을 포괄적으로 수권하는 조항이므로,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한을 갖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군대와 맞먹는 막대한 인력과 행정, 정보, 수사, 교통, 치안 어느 곳에도 다 관여하는 경찰의 광범위한 권한 때문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 같다.  입법기관인 국회와 정부가 알아서 잘 처리할 것으로 믿지만, 법 조항도 중요하지만 그 법을 운용하는 책임자의 인간적 양심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옛 중국 송나라의 속담이 생각난다. 송나라에 활을 잘 쏘는 예( )라는 명궁(名弓)의 이야기가 전래되고 있다.   조선조(朝鮮朝) 태조도 명궁(名弓)이라 하였지만, 예( ) 역시 날아가는 새도 명중(命中)시키는 우수 궁인(弓人)이라고 한다.   "어떤 새라도 명궁인 예( )의 곁을 스치고 날아갈 때, 예는 반드시 그것을 쏘아 맞힌다고 한다면 그 말은 거짓말이 된다" 그러나 "천하(天下)를 그물로 삼는다면 새는 단 한 마리도 도망칠 수가 없다"라고 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볼 수 없다. 이는 노자의 말이다.   여기서 `반드시`라는 말과 `천하를 덮는 그물`이 문제가 된다. 명궁 열이 스치고 날아가는 수많은 새를 명중 시켰더라도, 그 새 중에 어떠한 명궁이라도 피해 날아 갈 수 있는 한 마리의 초능력을 지닌 비조(飛鳥)가 있었다면 `반드시`는 거짓말이 되고 만다. 그리고 광활한 천하를 덮을 수 있는 그물 또한 만들 수 없는 실재(實在)이고 보면, "천하(天下)를 그물로 삼는다면 새는 단 한 마리도 도망칠 수가 없다" 는 말 역시 허구(虛構)의 문사(文辭)에 지나지 않는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민주국가에서 법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 운용권자의 검권(劍權)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법은 선량한 국민을 잡는 명궁이 아니며 그 또한 국민을 잡는 그물이 아니기에 오직 국민이 편안하게 덮을 수 있는 따듯한 이불이 될 수 있도록 검수완박에 관한 법 역시 그렇게 `천하를 덮을 수 있는 그물`처럼 완벽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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