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 연설에서 초당적 협력을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 질서 급변, 경제 불안, 북한 도발 등을 열거하면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예산안을 포함해 국정 전반을 설명하는 시정 연설에서 국회에 협조를 당부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초당적 협력`을 세 번, `위기`를 아홉 번이나 언급한 것은 국내외적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정치권으로 눈을 돌려보면 과연 지금이 위기 상황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태평하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국내외 위기, 연금·노동·교육 개혁, 대북 인도적 지원, 민생 안정 등은 여야가 대체로 공감하는 당면 과제일 텐데 토론은 해보지도 못하고 입구에서 기 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새 정부가 일주일 전 출범했으나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지연되면서 내각은 아직도 온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협치와 소통의 시발점일 수도 있는 윤 대통령과 3당 대표 회동 또한 진실 공방 끝에 무산됐다.   여야 대치의 배경은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으로 변질한 6·1 지방선거이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대선 패배에 이어 지방 권력마저 잃게 될 경우 국회 공간에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듯하다. 차기 총선이 2024년으로 예정돼 있으니 그나마 의회 권력도 2년 시한부이다. 하지만 반전의 기회는 중원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보듯 고정 지지층에 기댄 고지전은 승산이 떨어진다. 국민의힘도 처음부터 밀리면 국정 동력이 떨어져 자칫 대통령 임기 내내 야당에 휘둘릴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론의 비판에는 겸손해야 한다. 정권이 실패하는 것은 야당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 때문이다.  뭉친 실타래를 푸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정에 무한 책임이 있는 여당의 몫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정과 상식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기준에 비춰보면 새 정부의 첫 내각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한참 벗어난 후보자에 대한 거취 결단을 통해 실마리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야당에 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민주당도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에 조속히 합의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국정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이 정치적 셈법에도 부합한다. 경기를 시작하지도 못하게 막는 것은 멋진 승부를 기대하는 관중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협치는 야합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다. 위기를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는 없지만, 국가의 운명이 여러 면에서 변곡 구간을 지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자칫 잘못 대처하면 추스르기 어려운 중차대한 시기인 만큼 여야가 반사 이익의 유혹에서 벗어나 정책 경쟁으로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복무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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