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엔 설익은 생각이 대부분이었나 보다. 남성들은 여자와 달리 매사 강하여 마음도 굳건할 것이라고 믿은 게 그것이다. 또한 남자들은 한결같이 마음이 바다와 같아 여자처럼 옹색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우러르는 마음까지 있었던 게 사실이다.하지만 이 나이에 이르고 보니 남자들도 마음이 여린 면도 있고 한편 단순하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긴 인간의 마음이 어찌 성별을 가리랴. 슬플 때 눈물 흐르고 화날 때 분노 치미는 것은 남녀 모두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유독 젊은 날 남성을 우상화(?) 한 탓이런가. 미혼인 딸만 셋이어서인지 요즘 현대 남성들의 언행 및 용모에 관심이 집중 된다.  그동안 코로나19로 발길을 끊었던 헬스장을 다시 찾았다. 며칠 전 그곳에서 운동을 하는 중일 때 청년들 세 명이 찾아왔다. 이 때 헬스장 안 런닝머신 위엔 키가 작고 통통한 몸매의 젊은 여성도 있었다. 필자 곁에서 아령을 들고 운동을 하던 그들이 저네들끼리 키득거리며 주고받는 말이 들려온다.  " 야. 저기 런닝 머신 위에 여자아이 왜 저리 못생겼냐. 몸매도 형편 없구" 라는 말에 흘낏 그들의 신체를 훑어봤다. 젊은이들 중 한 명은 키가 작지 않으나 나머지 두 명은 배도 나오고 다리도 짧아 땅딸막한 체형이다. 그러자 키가 다소 큰 청년이 "얼굴 못생긴 건 봐줄만 한데 뚱뚱한 여자는 질색이야"라고 한다. 그 말에 키가 큰 젊은이를 자세히 살펴봤더니 광대뼈가 튀어나왔고 배도 불룩한 상태다. 나이든 내가 봐도 외모로 평한다면 세 명 다 썩 맘에 들진 않았다. 더구나 운동 하는 여성의 뒤태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그들의 언행이 왠지 못마땅하였다.  용모가 빼어나고 싶지 않은 여성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그야말로 배우 및 미스코리아나 탤런트 못지않은 몸매와 외모를 갖춘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잖은가. 그래서인지 남녀 모두 첫눈 미(美) 보다 보면 볼수록 매력 만점인 사람에게 마음이 끌린다면 구세대적 발상일까. 사실 첫눈에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미남미녀라 하여도 성격이 안 좋아 곧 그 용모에 질리게 된다면 좋았던 첫인상도 무용지물이다.  조물주는 사람마다 개성과 그에 따른 매력을 안겨준 것으로 안다. 어떤 사람은 첫인상은 썩 좋지 않아도 겪으면 겪을수록 심성이 진국이어서 호감이 간다. 또한 후덕한 첫인상에 마음이 끌렸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물과 기름인 표리부동함에 적잖이 실망을 느끼기도 한다. 이게 아니어도 외모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할 수 없잖은가. 부모가 물려준 대로 선천적일 뿐이다. 체중역시 환경에 따라 체질에 따라 증가할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 요즘처럼 코로나19 창궐 시국엔 행동반경이 줄어들다보니 자연 운동부족으로 살이 찔 수밖에 없다.  비만이 화두가 되는 세상이라지만 또한 외모지상주의라고 흔히 말하지만, 사람의 외양이 전부는 아니잖은가. 겉볼안만 믿었다가 적잖이 마음의 타격을 안겨주는 게 사람 아니던가.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요즘처럼 온갖 범죄가 활개를 치는 세상엔 건전한 사고방식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 바로 미남 미녀가 아닐까.  헬스장의 세 청년들의 언행을 대하자 언젠가 어느 여성 포털 사이트에 올려 진 글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당신이 이해할 수 없는 남자는?`이라는 제목에 대한 덧글 공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 1위는 자아도취에 빠진 남자였다. 여자에 대한 외모 기준은 칼같이 예리하며 정작 배나오고 다리 짧은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한 남자였다. 2위는 바람기, 허풍이 그것이었다. 머리가 좋을수록 정자 활동이 활발해 바람기가 많다는 학계의 연구가 아니어도 인류 역사 이래 수 만년 두고 불어온 최악의 바람이 이 남자 바람 기 아니던가. `능력 있는 척`,`돈 많은 척`, `왕년엔 잘 나간 척`인 과대 포장도 함께 이 순위에 들었다.  3위는 그야말로 `치고 빠지는` 남자 유형이었다. 연애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헤어지자 해놓고 새벽에 전화하여 징징 짜는 남자야말로 찌질 하기 그지없기에 이 순위를 탈환했나 보다. 4위는 노는 것에 온 생애 다 거는 남자다. 연인보다 게임, 가정보다 스크린 골프가 우선인 밖으로만 도는 남자다. 5위는 마초 근성을 지닌 남자다. 말끝마다 "여자는 이랬으면 좋겠어", "남자는 이래야 해"를 입에 달고 사는 남자다. 남성 권위주의 갑옷을 아직도 두텁게 껴입고 밥 한 끼 자기 손으로 차려먹지 않는 남자, 특권의식으로 여자한테 군림 만 하려는 남자가 이 순위에 올랐다.  필자는 위 내용 중 1위인 `자아도취`에 빠진 남자만큼은 도무지 곱게 바라볼 수 없다. 자기네 집엔 거울도 없는 듯해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