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바니아주 체스터 카운티의 호텔, 멘델홀인의 대회의장에 모인 100명 정도의 농가는 유전자 편집에 대한 지식은 없었을지 모르지만 버섯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이들 지역 재배농가는 매일 평균 500톤의 양송이 버섯을 출하하여 펜실바니아주 연간 12억 달러인 미국 양송이 시장을 이끄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출하된 버섯의 일부는 매장에서 갈색으로 변색해 버린다. 한때 새하얗던 양송이버섯이 손상되어 걸쭉해진 덩어리를 손에 쥔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 아무도 사지 않으면 알게 될 것이다. 버섯은 물리적인 자극에 매우 민감해 원터치로 따서 상자에 채워 넣는 주의 깊은 작업을 철저히 해도 열화를 앞당기는 효소를 활성화해버릴 정도이다.   버섯에 관한 지난해 가을 강습회에서 양(Yinong Yang)이라는 이름의 생물학자가 연단에 서서 변색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다. 양은 펜실바니아 주립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는 밝고 예의 바른 인물이지만 버섯의 전문가는 아니다. 그가 말하기를 “내가 버섯에 대해 아는 것은 먹는 방법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양송이버섯(Agaricus bisporus)의 유전자를 크리스퍼(CRISPR)라는 신기술로 편집했다. 회의장에 모인 농가 사람들은 크리스퍼가 금시초문이었지만 미국의 여배우 캐머런 디아즈가 이 기술을 발명한 다우도나와 사르판티에에게 브레이크스루상(자연과학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낸 연구자에게 주는 상)과 부상 각 300만 달러를 수여하고 있는 2014년 11월의 사진을 양이 보여줬을 때 이 발병에 대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살색으로 손상된 버섯과 크리스퍼로 개편한 새하얀 버섯을 대비한 사진을 보여줄 수 있었을 때 상업상의 거대한 의미를 이해했다. 화이트버튼과 크레미니, 포르토벨로 등의 품종을 합해 버섯의 연간 생산량은 40만 톤이 넘는다. 펜실바니아 주립대학도 상업상의 중요성을 이해하여 얀 교수의 강연 전날 이 기술의 특허를 출원했다. 크리스퍼가 등장한지 3년이 지났지만 디킨스의 소설보다 더 매혹적인 외전이 여러개 나오고 있다. 크리스퍼는 혁명적인 연구도구로서 의료를 극적으로 바꿀 가능성과 액땜한 생명윤리문제, 궁색한 특허분쟁, 그리고 무엇보다 신약과 농업에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가져올 가능성을 수반하고 있다. 이 기술은 최대의 토네이도같은 기세로 기초연구 커뮤니티를 뚫고 나갔다. 학술연구기관과 바이오기술기업은 ‘겸상(鎌狀) 적혈구빈혈’이나 ‘지중해 빈혈증’ 등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연구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아마추어 바이어로 창업가들이 보라색 털을 가진 토기부터 중국에서 최근 반려동물용으로 만들어진 미니어처 돼지 등 살아있는 장식 소품까지 온갖 것을 ‘유전자 편집’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수정란’의 유전자 수복(修復)이나 DNA의 항구적인 개편에 크리스퍼가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은 사람을 종(種)으로 개량하는 것에 관한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켜 이 영역에의 이용을 일시 동결하는 국제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퍼 혁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농업 분야일 것이다. 2015년, 크리스퍼에 의한 식물이 유전자 편집을 보고하는 학술논문이 이미 50편 정도가 출판되었다. 크리스퍼의 특징은 비할 때 없는 정확성에 있다. 원하는 어떤 유전자라도 ‘녹아웃(파괴)’을 할 수 있고, 번거로우면 게놈 상의 특정 위치에 유전자를 삽입하여 바람직한 형질을 추가할 수 있다. 그 결과 가장 생물학적인 혼란이 적은 형태로 식물의 품종을 고칠 수 있다. 옛날부터 실시해온 자연적인 육종보다도 혼란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다른 식물의 DNA를 삽입한다는 이론적인 조치를 회피할 수 있다. 보통 유전자도입 작물은, 반대파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크리스퍼 작물은 기존유전자의 도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유전자 변형 식품에 관한 논의가 낙관적으로 보는 과학자가 많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유전자 변형작물이란 애초에 무엇인지 소비자들은 모른다. 따라서 유전자에 편집에 관한 신기술은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 농업을 전공한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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