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계가 기존의 안보 동맹을 넘어 기술·공급망·글로벌 측면에서 공조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되는 계기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마련됐다.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에 앞서 한국을 먼저 찾았고, 윤 대통령과 `3+3` 소인수→단독 환담→확대 정상회담을 이어가며 의기투합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의 패권 경쟁과 북한의 도발 등 전방위 도전 속에서 열렸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이래 69년째 이어온 한미동맹은 바야흐로 첨단 기술과 공급망 협력 등에 기반을 둔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날 갈림길에 섰다. 이번 회담의 의미는 지난 5년간 흔들렸던 두 동맹의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등 도발에 맞서 전략자산 전개를 축으로 한 확장 억지의 탄탄한 공감대가 형성된 데 있다. 올해 들어서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16차례의 미사일 도발에 나섰던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해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이다. 이런 까닭에 윤, 바이든 두 대통령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상호공약을 재확인하면서 이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두 정상은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핵심·신흥기술 협력과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위해서도 공조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날인 20일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시설인 삼성 평택 캠퍼스를 찾은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와 안보를 가치가 다른 국가들에 의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전략이자 `반도체 동맹`의 제안인 동시에 미국이 주도하는 첨단기술 공급망 재편에 한국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계기에 출범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나,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에 관심을 표명한 것 등도 중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시장이다. 한미동맹이 민주주의와 규범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와 반부패, 인권 등 가치에 뿌리를 둔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미ㆍ중 반도체 경쟁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에 휘말리는 빌미를 주는 선택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한미동맹의 역사를 회고하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대체로 진전해왔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동맹관계를 회고하는데 머물지 않고, 미중의 신 경쟁과 더욱 복잡해진 한반도 안보 문제, 글로벌 공급망의 요동 등 변화하는 환경과 도전에서의 해법을 강구하는 데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이 담겼다고 평가한다. 다만 가치에만 몰두하는 전략동맹의 강화는 곤란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한미 동맹의 진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 글로벌 공급망과 안보 등에 기여하는 초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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