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기도 전에 개나리와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가을 길가를 메웠던 코스모스는 여름이 채 끝나기에 앞서 만개하는가 하면, 가을철에 즐겨 찾던 포도는 여름 과일로 그 자리를 옮겨 버린 지도 오래다.   가까이 지냈던 한 화가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옷을 입는 감각이 놀랄 정도였다. 특히 같은 계절에도 날씨에 따라 옷이나 넥타이의 빛깔이 달라졌다. 아마도 그는 요즘 같아서는 양복도 춘추복은 거의 입지 않으며, 흐린 날이 많아 밝은 빛깔의 옷과 넥타이를 자주 착용할 것 같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만난 지도 한참 됐다.    뚜렷하게 날씨가 다르던 사계절이 자랑거리였던 우리나라에 이렇듯 계절을 앞질러 다가오는 이상 현상들이 혼란스럽게 한다. 겨울에서 봄이 오는가 하면 이내 여름이고, 여름에서 가을이 오는가 싶으면 이내 겨울이 다가오지 않는가. 올해 날씨는 유난히 종잡을 수 없다. 요즘 며칠간은 여름 날씨 같다. 장미꽃이 절정인 오월인데도 섭씨 30도가 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생태적인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녹아내리는 빙하, 상승하는 대기 온도, 기상 이변, 곡물 흉작 등을 크게 우려했다. 이 우려대로 이상 기후 때문에 날씨 변화에 민감한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농작물 생산량이 줄고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기도 했다.  농작물 생산량이 준다는 것은 곧 생태계 파괴를 의미하므로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 종들은 멸종할 수도 있어 큰 문제다. 더구나 지금과 같이 화석연료 사용이 계속 이어진다면 지구 표면의 이산화탄소층은 더 두꺼워지고, 이산화탄소층의 범위가 더욱 넓어져 지구는 더욱 뜨거워지게 될 것이라고도 한다. 인간이 부르고 있는 재앙에 다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대자연의 반란`이라고 봐야 할 기상 이변은 지구의 자전축이 이동하는 등 우주 자체의 변화에 더 큰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지구는 수만 년 단위로 조금씩 움직이는 지구 자전축이 태양 광선을 더 많이 받는 각도로 이동하며,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태풍도 지금보다 많은 3~5개가 영향권 안에 들 거라는 예측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학자는 오는 2060년쯤에는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희미해질 것이라고 분석한 바도 있다. 장마와 태풍이 잦은 여름이 길고, 봄과 가을은 아주 짧으며 겨울도 짧아질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때쯤은 한반도의 기온이 지금보다 평균 섭씨 3도 정도 올라가고, 강수량은 3~4% 늘어나며, 장마와 태풍이 더 강하고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우리는 오랜 세월 더위보다는 추위와 싸워 왔지만 지구 온난화 덕분에 사망률은 줄어들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근년 들어 우리는 게릴라성 폭우와 태풍이 할퀴고 간 재해를 여러 차례 뜨겁게 경험했듯이, 장마와 태풍이 더 길고 잦은 기후의 변화로 오랜 생활의 리듬을 깨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재앙도 잦게 동반될 수 있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재해에 대해서는 하늘에만 맡길 수 없는 노릇이므로 예방 차원에서 최선의 방책을 세우는 일이 우리의 몫이다. 일상에서 온난화를 예방하기 위해 일회용품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냉난방에서 사용되는 전력사용도 줄여야 한다. 특히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이 온난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므로 관련 기업들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자동차 개발에 속도를 붙이고, 우리도 일상용품 사용 등 소소한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성경에서 인간의 욕심으로 한 달 동안 대홍수가 일어났을 때 노아가 동물들의 멸종에 대비하고자 한 쌍씩 동물들을 배에 태워 살려낸 것과 같이,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할 수 있는 `시드볼트` 설치와 운용도 활성화해야 하지 않을까. 멸종할 수도 있는 작물과 야생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개개인도 우리 지역의 개인 시드볼트가 된다면 지구를 위하고 자신의 미래도 위하는 길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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