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23일 첫발을 내디뎠다. 미국의 깃발 아래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인도 등 13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이날 오후 화상 회의에 참여하면서 공식 출범을 알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상 회의에서 "한국은 특히 공급망 강화, 디지털 전환, 그리고 청정에너지·탈탄소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면서 반도체, 배터리, 미래차 등 첨단 산업의 핵심역량을 보유한 한국이 역내국과 호혜적 공급망을 구축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 6G 등 새로운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디지털 격차 해소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IPEF 참여를 공식화했다.    IPEF는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반도체와 핵심 광물 등 공급망 안정,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화, 조세·반부패 등 4개 주요 분야의 협력을 모색하는 다자 경제협력체다. 또한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과 민관·기업 간 협력을 촉진해 디지털은 물론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클린에너지, 산업의 그린 전환 등 신기술과 관련한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청정에너지, 핵심 광물 등 분야에서 역내 공급망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급망 교란에 공동대응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공급망, 탈탄소 등 새로운 통상이슈에 대한 글로벌 규범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면 창립 멤버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 경제협력체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반중 연대의 성격이 짙다. 미국 주도로 환경, 노동, 반부패 등 통상의제와 관련해 높은 수준의 규범 이행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IPEF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의 참여는 기대하기 힘들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에 대해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이용당하지 말라는 완곡하면서도 분명한 견제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있다. 윤 대통령의 설명대로 IPEF가 특정한 통상 협상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경제 통상과 관련한 광범위한 룰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국익을 위해 우리가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IPEF가 대중국 경제안보동맹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대중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 또한 과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로 우리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최소한 협의체 내에서 중국에 대한 배타성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해 나갈 수 있다면 최선이다. 올해는 한중수교 3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미중 패권 경쟁과 일본의 역내 역할 증대 모색 등 총성 없는 전쟁 속에서 국익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력이 절실한 때다. 연합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