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밤 사퇴했다. 후보 지명 43일만이다. 그는 불법은 없었다고 항변했고 사퇴 입장문에서도 의혹이 허위로 입증됐다고 주장했으나 국민의 눈높이와는 차이가 컸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엄격해진 공적 인물에 대한 국민의 검증 잣대도 그의 낙마에 영향을 줬다. 정 후보자의 사퇴는 윤석열 정부의 장관 후보자 18명 가운데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연금, 교육, 노동 등 3개 분야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공교롭게도 연금, 교육 주무 부처가 수장이 없는 상태로 출발하게 됐다. 개혁을 이끌만한 자질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하루빨리 물색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한덕수 총리 인준, 정 후보자 사퇴, 후반기 국회 원 구성,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등은 각각의 논리에 따라 처리해야 할 독립적 사안이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크든 작든 일정한 영향을 주고받게 마련이다. 국민의힘은 정 후보자의 사퇴로 민주당에 새로 빚이 생겼고, 따라서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포함한 원 구성과 추경 문제에서 민주당이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일 테고 민주당은 처음부터 부적절한 인사인데다 대승적으로 총리 인준에도 협조한 만큼 서로 빚을 청산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식의 간극은 총리 인준과 윤 대통령의 5·18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모처럼 조성된 협치 분위기가 다시 흐트러질 위험에 처했음을 뜻한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총리 인준이나 정 후보자의 사퇴는 모두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다. 어느 쪽이든 이를 거스르는 결정을 했다면 상당한 정치적 손실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정 후보자의 낙마는 새 정부의 국정 운영과 인사 스타일에 대한 재점검의 기회이기도 하다. 집권 초기라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겠지만 의욕이 앞서 소홀한 부분이 없는지 성찰하고, 필요하면 과감하게 수정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윤 대통령은 지연, 학연, 성별, 세대 등에 대한 인위적인 안배나 할당을 배제한 능력주의 인사 원칙을 내세웠으나 측근·지인 위주로 인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좁은 인력풀에서 벗어나 널리 인재를 구하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 물론 장관 후보자 지명이 새 정부 출범 전이라 검증이 완벽하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고위공직 후보자 검증 업무를 법무부와 경찰에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적 현안이 켜켜이 쌓여있는데 인사 문제에서 발목이 잡혀 정책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전의 여러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층 진일보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길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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