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이 한눈을 팔거나 딴생각을 먹고 있으면 직원들의 믿음이 이반되고 회사경영의 위험요소가 된다.” 고(故) 박태준 회장의 어록이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을 몇 명씩이나 임원급으로 특채했다는 소식과 접한 퇴역 포스코 임원들이 박 회장의 그 말을 불러내는 가운데 생존 창립요원들이 다시 한 번 노구를 움직였다.황경로(92세) 2대 포스코 회장, 안병화(91세) 전 포스코 사장, 이상수(91세) 전 거양상사 회장, 여상환(85세) 전 포스코 부사장, 안덕주(84세) 전 포스코 업무이사, 박준민(82세) 전 포스코개발 사장 등 지난 16일 현 포스코 경영진에게 ‘자성 촉구’를 성명으로 고언(苦言)했던 생존 창립요원 6인이 26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동 현충원의 박태준 회장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봉고례(奉告禮)를 갖췄다.이날 고(故) 박태준 회장의 부인 장옥자(92세) 여사는 고인에게 영원한 동지들인 창립요원들과의 통화에서 “박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지내던 어느 날에 신임 회장과 경영진이 집으로 인사하러 왔을 때 손수 붓글씨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써주시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고 회상했다.    공자(孔子)의 말을 인용해 ‘포스코 역사를 제대로 알고 그 바탕 위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옳은 경영자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고 강조했던 그날 박 회장의 친필은 포항제철소 포스코역사관에 전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최고 원로인 황경로 2대 회장은 “국민기업 포스코의 역사와 정신과 전통을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정우 회장 등 현 경영진에게 고언을 보냈던 것인데, 오늘은 하늘에서 굽어보시는 우리 회장님께도 직접 고해서 회사가 다시 바로설 수 있도록 도와주십사는 기원을 담아 봉고례를 갖춘 것”이라고 밝혔다.경과보고에 이어 16일의 성명을 낭독한 여상환 전 부사장은 “포스코에는 이윤 제일의 상업을 넘어서는 정신적 기둥이 있다"며 "제철보국과 교육보국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첨단을 추구하는 오늘날에도 철은 변함없이 가장 널리 쓰이는 기초소재이기 때문에 제철보국의 근본정신은 당연히 계승돼야 하는 것"이라며 "포스텍을 설립해 세계적 대학으로 육성하고 포스코 학교들을 한국 최고 명문 사학으로 길러낸 교육보국은 국부(國富)의 원천인 과학기술 발전과 우수인재 양성, 국가적 난제인 지역균형발전의 관점에서도 여전히 소중한 경영철학으로 계승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존 창립요원들의 봉고례 소식을 들었다는 한 포스코 퇴역 임원은 “왜 박태준 회장은 직접 관장했던 1988년 1차 민영화에서 포스코 주식을 공로주 1주도 받지 않았겠는가? 그때 박정희 대통령은 오래전에 서거했지만 시대적 대의(大義)의 이름으로 그분과 걸었던 약속을 사심 없이 실천한 뜻이기도 했다"며 "하지만 최정우 회장과 현 경영진이 ‘With’나 ‘기업시민’을 선전하면서 포스코 역사를 통째로 거부하는 획책을 진행해왔다. 이것은 창업정신에 대한 배반을 넘어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회장의 완전한 신뢰관계’가 포스코 대성취의 굳건한 뿌리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그 ‘위대한 만남’의 가치마저 덮고 지우려는 짓이기에 더욱 용납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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