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경오악(王京五岳) 중 북악(北岳)인 경주 금강산 표암봉 일원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됐다.문화재청은 경주시에 있는 금강산 표암봉 일원을 지난 4월 22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 예고한 뒤 30일간의 의견 수렴과 문화재심의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쳐 지난 8일 사적으로 최종 지정했다고 밝혔다.12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주 금강산 표암봉 일원은 신라 왕경오악의 북악이자 국가의 중대사를 논의하던 사령지(四靈地)로 신라의 신성한 공간이며, 신라사의 역사적 사건과 관련한 중요한 유적이 밀집된 장소로 역사·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유적이다.신라 왕경오악은 왕경의 중앙과 사방을 둘러싼 신성한 산으로 동악(토함산), 서악(선도산), 남악(남산), 중악(낭산), 북악(금강산)이 있다. 이 중 신라의 중대한 일들이 있을 때 모여 회의하던 사령지는 동(청송산), 남(우지산), 서(피전), 북(금강산)이다.금강산은 신라건국과 국가 형성단계의 중요한 신성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삼국유사’ 기이제1 신라시조 혁거세왕조에 기록된 진한 6촌 중 3개 촌의 천강설화와 연관된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이 같은 신라의 신성한 공간으로서의 역사적 상징성은 여러 기록을 통해 조선 시대까지 이어져 왔다.또 경주 금강산 표암봉 일원은 신라 불교공인의 계기가 된 이차돈 순교와 관련된 신라 불교성지의 공간이기도 하다.신라 불교공인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이차돈과 연관된 백률사와 이차돈순교비 등 불교 수용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며, 주변으로 경주 굴불사지 석조사면불상(보물), 경주 동천동 마애삼존불좌상(시도유형문화재) 등 신라 불교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문화재가 분포하고 있다.또 왕경인의 사후 안식처이자 신라의례의 공간으로도 이용됐다. 경주 탈해왕릉(사적)을 비롯해 금강산 표암봉 일원에 위치한 굴식 돌방무덤의 동천동 고분군은 왕경의 매장공간이 도심 중심에서 주변 산지구릉으로 이동하는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문화재청은 “경주 금강산 표암봉 일원은 신라의 정치‧종교‧의례와 관련한 중요한 문화유산이 밀집한 지역으로 신라형성의 터전인 신성한 역사적 공간성과 신라불교 성지로의 상징성, 신라 의례의 장소성 등 신라사의 중요한 전환기 모습이 잘 드러나는 유적”이라고 평가했다.북악인 금강산의 사적 지정이 이뤄짐으로써 경주의 오악 중 토함산(동악), 남산(남악), 낭산(중악)과 함께 네곳이 사적으로 지정됐다. 서악인 선도산은 여러 차례 사적 지정을 시도했으나 지역 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문화재청 고도보존과 관계자는 “앞으로 서악의 사적 지정을 통해 왕경오악 모두 사적으로 지정돼 신라의 중요 유적을 제대로 보존하고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금강산 표암봉에는 신라 6부촌 중 하나인 알천 양산촌의 시조이자 경주이씨의 시조인 이알평공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표암이 있다. 신라의 6부촌장은 이곳에 모여 화백회의를 열어 박혁거세를 왕으로 추대하고 신라 건국을 의결해 표암은 경주이씨 혈맥의 근원지인 동시에 신라 건국의 산실이고 화백이라는 민주 정치제도의 발상지인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진다.이번 사적 지정에는 경주이씨 표암화수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암화수회는 표암문화재단을 만들고 지난 10여년 동안 다섯 차례의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사적 지정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이상록 표암화수회장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뒤늦게나마 표암봉 일원이 사적으로 지적된 것에 대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신라 건국사를 밝히고 사적의 가치를 높이는데 표암화수회가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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