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여름 바다, 그곳은 아직 시원(始原)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경주 감포읍에서 양남면으로 이어지는 바다 100리 길 해변들은 절경들로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아기자기한 해안 풍경들은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처연하다. 그 해안선을 따라가면 어느 곳 하나 절경 아닌 곳이 없고 사계절에 따른 다양한 질감의 풍광을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경주 양남면 바닷가다.   그중에서도 수렴항이 있는 수렴리 바다는 경주 바다 중에서도 백미로 손꼽힌다. 수렴항은 관성해변과 연접해 있으며 경치가 빼어나 특히 여름철 피서객이 많이 몰려드는 경주 대표 미항이다.   ‘수렴(水念)’은 임진왜란 때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수병의 병영을 가졌던 곳이라 ‘수영포리’라 했는데 1914년 행정명을 ‘수렴리’라 했다고 한다. 수렴1리는 특히 경상남도와의 경계지역이다.   특히 수렴리 관성바닷가 해안선의 유려함은 눈물을 쏙 빼놓을만큼 아름답다. 청정해역 관성솔밭해변은 맑고 푸르러 인기가 높고 수백년 송림과 해안이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최근 오토 캠핑장으로 여름밤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싱그러운 솔밭 산책은 덤이다.   관성해변이 이어지는 곳에 수려한 자연풍광을 지닌 수렴항이 있다. 겨우 서 너 사람이 탈 정도의 어선들이 정박해있는 수렴항구 풍경은 작아서 더욱 정겹다.    항구 방파제 테트라포트는 단조로운 항구 풍경에 원색의 활력을 더한다.   다양한 횟집이 즐비해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한 수렴항 인근에서는 수렴항의 랜드마크인 ‘황새바위(군함바위)’가 눈에 띤다. 섬 같은 검은 바위들은 항구를 에워싸고 파도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었다. 항구 맞은편 방파제 위로 올라가 본다.    바위들은 소나무를 머리에 이고 군락을 이룬다. 이 바위는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바위들로 황새들이 자주 찾아 ‘황새바위’,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바위’라고 불린단다.    사진가들의 일출 명소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오랜세월, 파도와 바람을 견뎌낸 황새바위,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황새 머리에 걸리면 보는 것만으로도 추억이 되는 장관을 경험할 수 있다. 8대조부터 이곳 수렴 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김한호(77) 어르신과 이웃인 김형일(81) 어르신이 항구 입구 마을정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수렴은 울산 등 이 인근서는 어업이 가장 활성된 곳이었다"며 "지독한 보리고개 시절에 울산의 온산 사람들이 이곳 수렴에 많이 와서 살았다"고 말했다. 또 "어종이 매우 풍부했는데 갈치, 광어, 낙지, 문어 등이 엄청 잡혔다"며 "이곳 사람들은 생선을 쌀로 바꿔 연명할 정도였고 고기 잡아 배 채우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멸치 저장을 ‘축간(항구)’에 하곤 했다는데, 어릴 적 ‘고디’ 잡으려고 항구 바다에 잠수를 하다보면 수족관 같은 어항으로 보이는 시멘트 장치가 있었다"며 "아직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고 예전엔 적산가옥도 있었는데 지금의 용명횟집, 수궁횟집 자리에 그런 가옥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이 동네는 경주 김씨가 많이 살고 농사도 짓고 고기도 잡고 살았다"며 "우리도 횟집을 30년간 운영해 애들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고 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항구를 가리키며 "아직도 우린 고기 잡아. 저기 우리 배도 있어. ‘한진호’, ‘흥일호’가 우리 배"라며 "놀기 삼아 바다 나가서 장어도 잡고 잘개이(성대), 가자미 등을 잡는데 재수 좋으면 20~30만원 벌지”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수렴2리 해안가에는 1983년 월성해안 침투 공비 격멸을 기념하는 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40여 년 전의 이곳을 상상하니 격세지감이다.   이렇듯 다양한 이야기가 전하는 수렴항에는 신선한 활력이 넘쳐 보였다.   지난해 12월, ‘경주 수렴항 어촌뉴딜 300사업’ 준공으로 수렴마을이 새롭게 단장돼 더욱 살기 좋고 아름다운 어촌마을로 거듭난 것이다. 옛사람들의 무수한 기도와 기원이 지켜온 수렴마을이 재해없는 일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월파방지 시설 설치로 태풍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일상을 누리고 됐고 관성해변과 수렴항을 단절하고 있던 수렴천에 100미터 수렴천 보행교를 신설해 수렴 1,2리를 연결했다. 관성해변 솔밭쉼터와 황새공원마당 등을 조성해 도로와 항구 경관도 대폭 개선했다.   또 슬립웨이(제트스키나 모터보트 등 소형선을 위한 레일 등이 수반된 경사면)를 정비하고 주차장 확충 등 해양레포츠 체험장을 조성하는 등 관광 기반시설도 확충했다.   그래서 작은 어촌마을 수렴리는 낭만이 흐르는 거리 경관도 갖춰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볼거리와 먹거리 가득한 수렴항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대일 수렴리 이장은 “수렴항은 울산과 지척이라 외지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며 "어촌 뉴딜 사업으로 주차장 확보와 가로경관이 단장되고 월파 방지시설도 갖춰져 사고가 많이 줄었고 도로가 확장되고 자전거 도로도 개방해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졌다”고 했다.   수렴항은 밤이 더 아름답다. ‘수렴항달빛광장’에서 달빛 따라 수렴항을 걷다 보면 어두운 바다 넘어 조용하지만 화려한 야경이 펼쳐진다.   거친 바다는 때로는 예상치 못했던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그것은 투박한 위로일수도 있고 일상으로부터의 일탈과 해방감을 맛보게도 한다.   월성원자력홍보관에서 수렴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울산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홍보관에서 자동차로 약 15분이 걸린다. 4.8㎞에 이르는 수렴항 가는 길은 왼쪽으로 바닷길을 끼고 있다. 그래서 동해의 아름다운 해변을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다가갈 수 있다. 해 저물면 하나둘씩 따스한 감귤색 불빛이 켜지기 시작하는 수렴항에서 자연이 내주는 넉넉한 품에 ‘와락’ 안겨 보기를 바란다.   ※ 이 콘텐츠는 (주)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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