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사진이라는 언어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영원할 수 없는, 언젠가는 흩어져 버리고 사라져버릴 것들에 대한 관점이 먼저 눈에 띕니다”   최소노 사진가의 ‘Living in Gampo-시간이 지닌 형태의 무게’ 전이 경주세무서 앞 ‘갤러리카페 화(경주시 원화로 344)’에서 오는 7월16일까지 열린다.   지구의 여기저기 먼 곳을 헤매다 2017년 감포에 정착한 최소노 사진가가 지난 5년간 바라본 ‘감포’의 가감 없는 일상들이 20여 점으로 압축돼 전시되고 있다.   감포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찰나를 쫓아 시공간의 균열 앞에 카메라를 들고 응시해 온 그가 5년간의 지난한 작업을 대중에 꺼내 놓은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에게 의미 있는 사진들을 간추려 선보이며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사는 것은 다 고만고만하다’며 위무한다.   감포는 일제강점기 1925년 감포항 개항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두를 끼고 이어온 격동의 삶의 터전이었다.    최소노 작가는 “급속하고 발 빠른 변화에도 감포는 일제의 ‘적산’이라는 네거티브적 요소를 지닌 내적 슬픔을 지닌 곳이다. 손 마디 깍지 낀 것 같은 좁은 골목 사이로 꾸불꾸불 내면화되고 허물어진 담벼락처럼, 굳은살 배인 발뒤꿈치처럼 보호막을 치면서 변화의 흐름에 힘겹게 적응해 온 듯하다”고 했다.   그는 화려하거나, 요란스럽지 않은 평범한 일상의 것들이 방치되거나 버려지기도 하지만 그 대상에선 시간이 함축하는 고유한 형태의 무게를 지니고 있음을 간과하지 않았다.   100년 전 감포 골목에서 일본인이 살았던 적산가옥, 선술집, 찌뿌둥한 다방들, 빈집에서의 속절없음, 오래된 목욕탕, 어창고, 그리고 감포 사람 등 감포읍민의 삶에 여전히 유전하고 있는 구석구석을 담았다.   감포의 생생한 면면들을 담으면서도 한편 아름답고, 그래서 공감을 얻는 작품들이다.    폐가에 멈춰 있는 시계, 늙고 병든 노인의 무기력한 시선, 감포 조선소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동자의 뒷모습 등에서 대상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삶의 간절함을 담았다.    최 작가는 ‘그런 시선들이 중요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결국은 세상에 대한 이해에 닿는다고 했다.   보헤미안적 삶을 살아온 최소노 작가는 자신만의 확고한 삶의 방식대로 사진을 찍어왔다. 최 작가는 조명받고 각광받는 삶의 모습보다는 힘들고 주목받지 못하는 삶의 다양한 이면에 천착해 작업해오고 있다.    소외된 삶의 현장에서 여과없이 셔트를 누른 그의 작품에서는 비루하기보다는 오히려 승화된 삶의 숭고미가 곁들여져 잔잔한 감동과 위로로 전해진다.   이번 전시에서도 일반적 트렌드에 따르는 사진보다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며 작업해 온 사진이 대부분이다.   2017년 12월, 감포깍지길 골목길로 접어들면서부터 추억의 소환은 시작됐다. 감포 어느 폐가에서 오후 2시 44분을 가리키며 멈춰 있는 시계를 보면서 현재 감포의 여러 장면들과 오버랩 됐다.    가장 감포다운 이미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것이 감포 사진을 찍게 된 첫 출발이었다. 이후, 감포가 눈에 들어왔고 감포의 스토리가 궁금해졌다고 한다.   호주에서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로 일하기도 한 최 작가는 이곳 감포에 잦아들어 평생 이방인으로 살면서 자유롭게 사는 삶을 선택했다고 귀띔한다.    자의식이 분명한 작가의 사진에서는 전달도 명확하다. 확고하고 명료한 작가 의식으로 발현된 사진들이 단지 겉멋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 그에게 사진찍는 일이란 삶의 근간이자 구도(求道)에 다름 없다.   감포항 여러 골목길에서 만난 삶에 포커스를 두고 하찮고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대상에 골몰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는 그 대상들에서 진귀한 삶의 편린들을 건져올리고 있다.   “직접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다큐적 영향력이 아니어도 감포의 현실을 보이는 그대로 찍었다. 불편하지만 진실한 피사체는 어쩌면 프레임 밖의 세상이 나를 향해 들이댄 렌즈였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자의식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거창하게 사진 속에 메시지를 던지려고하는 억지스러운 강압적 의무감은 없다. 그러나 ‘전달’되기를 바란다”면서 사진에서 반드시 메시지의 울림을 동반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시공간의 균열 격차가 있어도 회상의 순환을 동반해 일으킬 수 있는 사진이라면 그것이 진정한 ‘예술의 쓸모’일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감포에 살면서 그의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그는 “대상은 다르지만 ‘톤앤 매너(Tone & Manner, 전체적인 하나의 콘셉트)’를 지향한다. 주제나 전체적 구도와 색감, 스토리 등에서 일관성 있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라면서 “소재나 영역을 조금씩 확대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을 스트리트 포토로 담는 작업을 더 밀도감 있게 해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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