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들` 이근호의 오른발이 19년 묵은 사우디전 무승 징크스를 통쾌하게 날려버렸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0일 오전 1시35분(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파하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3차전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후반 32분 터진 이근호의 선제골과 종료 직전 박주영의 추가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1989년 10월2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990이탈리아월드컵 예선전 2-0 승리 이후 19년간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한국은 이근호의 한 방으로 지긋지긋했던 사우디 징크스 탈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그간 3무3패를 기록했다. 중동 원정에서 값진 승리를 챙긴 한국은 2승1무, 승점 7점으로 이 날 카타르와 1-1 무승부를 기록한 이란(1승2무, 승점 5점)을 제치고 단독선두에 올라 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의 청신호를 밝혔다. 첫 번째 고비를 넘긴 한국은 내년 2월11일 이란 원정 경기를 통해 3연승에 도전한다. 최종예선에서의 맹활약으로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우뚝 선 이근호는 이 날 활약으로 자신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했다. 지난달 15일 UAE와의 2차전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첫 승을 챙긴 허 감독은 당시와 같은 4-4-2 포메이션으로 사우디전에 나섰다. 정성훈과 이근호를 투톱에 배치한 한국은 전반 초반 사우디의 기세에 밀려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6만 관중의 성원을 등에 업은 사우디는 맹렬한 기세로 한국을 밀어붙였다. 한국은 전반 5분 코너킥 위기에서 상대방의 헤딩슛을 이영표가 몸으로 막아내며 간신히 실점 위기를 넘겼다. 이 후에도 모하메드 알샬후브를 주축으로 한 사우디는 짧은 패스와 개인기를 앞세워 경기를 주도했다. 한국은 주장 박지성과 이청용의 측면 돌파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캡틴` 박지성은 전반 16분 수비수 3명을 따돌린 뒤 프리킥을 얻어내는 등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서서히 경기 흐름을 찾아나간 한국은 전반 26분 박지성의 크로스에 이은 정성훈의 오른발 슛으로 이 날의 첫 슈팅을 기록했다. 전반 33분 이근호의 단독 찬스마저 득점으로 연결시키는데 실패한 한국은 후반 들어 힘을 내기 시작했다. A매치 4번째 경기에 나선 정성훈은 후반 시작 채 1분도 되지 않아 혼전 중 이청용의 패스를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분루를 삼켰다. 원정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던 한국은 상대의 실질적인 에이스인 나예프 하자지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다. 경기 내내 위협적인 몸놀림을 보이던 하자지는 후반 14분 이운재와 경합 중 넘어졌지만 싱가포르 주심 압둘 말리는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판단, 주저 없이 옐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하지지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박지성과 이근호의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 수비진을 괴롭히던 한국은 후반 28분 `조커` 박주영까지 투입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계속해서 상대 골문을 두드리던 한국은 후반 32분 선제골을 넣는데 성공했다. 이근호는 이영표의 크로스에 이은 박지성의 슈팅이 골키퍼 몸에 맞고 발 앞에 떨어지자 침착하게 밀어넣어 결승골을 기록했다. 이근호는 동료 선수들과 함께 벤치로 달려가 최근 쌍둥이 외손주를 본 허 감독을 위한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이 후 이운재의 선방으로 사우디 반격을 차단한 한국은 후반 추가 시간 박주영의 중거리 슛을 더해 승리를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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