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한 무인도에서 30년 넘게 관리인으로 살아온 이탈리아의 `로빈슨 크루소`가 당국의 압력에 못이겨 섬을 떠나게 됐다.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81세의 마우로 모란디는 지난 1989년 남태평양으로 가던 중 캐터머랜(쌍동선)이 고장나 망망대해를 부유하던 중 이탈리아 부델리 섬을 우연히 만났다.이후 모란디는 부델리 섬의 관리인이 곧 은퇴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역할을 이어받아 섬에 정착했다.부델리 섬은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해안 근처에 있는 무인도로 핑크빛 모래가 덮인 해변으로 유명하다.모란디는 오두막에 살며 부델리 섬에 있는 동식물들을 보호하고, 간혹 섬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생태계에 대해 가르치며 안내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해변을 깨끗하게 유지했고, 길도 닦았다.하지만 소유권 다툼 끝에 섬을 소유한 민간 기업이 파산하면서 그의 역할은 위협을 받게 되었다.모란디를 섬 관리인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뉴질랜드 출신의 사업가 마이클 하테가 지난 2013년 섬을 매매하려 했지만 이탈리아의 정부의 항의와 개입으로 무산됐다. 결국 2016년 이 섬은 이탈리아 국립공원 소속으로 편입됐으며, 라 마델레나 국립공원은 수차례에 걸쳐 모란디에게 퇴거 요청을 했다.지속적인 퇴거 요청 끝에 이달 말 섬을 떠나기로 결정한 모란디는 "싸움을 포기했다"며 "32년 만에 이 곳을 떠나게 돼 아쉽다. 국립공원 측은 나에게 집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번에는 진짜인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라 마달레나 근처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라며, "부델리 섬을 환경교육의 중심지로 바꾸길 원한다"고 밝혔다.또한 "내 삶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여전히 바다를 볼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공원 측이 퇴거를 희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수 천명의 이탈리아인들은 모란디를 섬에 계속 머무르게 하자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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